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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09_사무엘상_성화와 함께 읽기(Visio Divina)

사무엘상 4장(하)_엘리와 비느하스의 아내가 죽다

by 적아소심 2023. 5. 22.

사무엘상 제4장 (2)

 

엘리가 죽다

12 당일에 어떤 베냐민 사람이 진영에서 달려나와 자기의 옷을 찢고 자기의 머리에 티끌을 덮어쓰고 실로에 이르니라 13 그가 이를 때는 엘리가 길 옆 자기의 의자에 앉아 기다리며 그의 마음이 하나님의 궤로 말미암아 떨릴 즈음이라 그 사람이 성읍에 들어오며 알리매 온 성읍이 부르짖는지라 14 엘리가 그 부르짖는 소리를 듣고 이르되 이 떠드는 소리는 어찌 됨이냐 그 사람이 빨리 가서 엘리에게 말하니 15 그 때에 엘리의 나이가 구십팔 세라 그의 눈이 어두워서 보지 못하더라 16 그 사람이 엘리에게 말하되 나는 진중에서 나온 자라 내가 오늘 진중에서 도망하여 왔나이다 엘리가 이르되 내 아들아 일이 어떻게 되었느냐 17 소식을 전하는 자가 대답하여 이르되 이스라엘이 블레셋 사람들 앞에서 도망하였고 백성 중에는 큰 살륙이 있었고 당신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도 죽임을 당하였고 하나님의 궤는 빼앗겼나이다 18 하나님의 궤를 말할 때에 엘리가 자기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문 곁에서 목이 부러져 죽었으니 나이가 많고 비대한 까닭이라 그가 이스라엘의 사사가 된 지 사십 년이었더라

 

비느하스의 아내가 죽다

19 그의 며느리인 비느하스의 아내가 임신하여 해산 때가 가까웠더니 하나님의 궤를 빼앗긴 것과 그의 시아버지와 남편이 죽은 소식을 듣고 갑자기 아파서 몸을 구푸려 해산하고 20 죽어갈 때에 곁에 서 있던 여인들이 그에게 이르되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아들을 낳았다 하되 그가 대답하지도 아니하며 관념하지도 아니하고 21 이르기를 영광이 이스라엘에서 떠났다 하고 아이 이름을 이가봇이라 하였으니 하나님의 궤가 빼앗겼고 그의 시아버지와 남편이 죽었기 때문이며 22 또 이르기를 하나님의 궤를 빼앗겼으므로 영광이 이스라엘에서 떠났다 하였더라

제임스 티소, 엘리의 죽음

블레셋 사람들이 이스라엘 사람들로부터 언약궤를 빼앗은 후 엘리의 죽음 (판화), European School(17 세기), 개인 소장품
율리우스 쉬노르 폰 카롤스펠트의 목판화, 엘리의 죽음, 1860년

13절에서 엘리가 “길 옆 자기의 의자에 앉아 기다리며(Eli sat upon a seat by the wayside watching)”라고 초조한 그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엘리는 파수꾼들의 길, 즉 실로의 거리 또는 길 옆에 앉았다는 것인데, 아마도 그 안에 있던 망루에서 유래한 이름일 것입니다. 70인역에서는 "길을 지켜보는 성문 곁에"라고 번역합니다.

 

늙은 사사 엘리는 당연히 군대의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백성들은 이미 아벡 전투에서 4,000명이 전사하는 큰 패배를 겪었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사무엘상 4:2). 그러나 의심할 여지없이 엘리의 가장 큰 걱정은 하나님의 궤가 성소를 떠나도록 허락한 것이었습니다. 엘리는 최근 모든 것이 잘못되었고, 대제사장으로서 자신과 그의 제사장 아들들이 심각한 죄악으로 하나님과의 언약을 어겼다는 사실을 깊이 자각하고 있었습니다. 엘리는 언약궤 자체가 하나님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언약궤를 전쟁터에 보낸 것은 장로들, 아들 뿐 아니라 백성들의 성화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하나님 앞에서 대제사장으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못할 때 그는 사람들에게 휘둘렸습니다. 하나님보다 사람들을 더 두려워하였고, 사람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로 인하여 그는 하나님의 영광이 언약궤 덮개 위에 있는 그룹들 사이의 금빛 지성소(속죄소) 위에 머물지 않은 지 오래되었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준엄한 음성이 아이 사무엘을 통하여 이다말 가문의 파멸을 예언하던 밤부터 그는 슬픈 예감으로 전령의 소식을 기다리며 하나님의 궤가 실로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을 것입니다.

 

15절에 보면 엘리는 그때 당시 아흔 여덟 살이었고, 눈이 어두워서 보지 못했습니다(his eyes were dim, that he could not see).

 

18절 “하나님의 궤를 말할 때에 엘리가 자기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문 곁에서 목이 부러져 죽었으니 나이가 많고 비대한 까닭이라 그가 이스라엘의 사사가 된 지 사십 년이었더라(And it came to pass, when he made mention of the ark of God, that he fell from off the seat backward by the side of the gate, and his neck brake, and he died: for he was an old man, and heavy. And he had judged Israel forty years.)”

 

대제사장으로서 엘리는 하나님의 궤가 하나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두 아들보다 더 관심의 초점이었습니다. 엘리는 자신의 집안의 아들들이 타락했다는 세간의 비난도 참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대제사장이자 사사인 자신보다 어린 사무엘을 택하시고 그에게 말씀하시는 것도 참을 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통치하고 사랑했던 이스라엘의 패배와 파멸에 대한 소식을 듣고 슬픈 체념으로 아들들의 죽음에 대한 소식도 들을 수 있었지만, "하나님의 궤를 빼앗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 노인 엘리는 마음이 찢어졌습니다. 엘리는 그의 모든 결점과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그가 여전히 하나님의 종이었다는 인상을 우리에게 남겨주는 것 같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하나님의 종의 인생 결말입니다.

디클라 라오르(Dakla Laor, 성경 스토리텔링 사진작가), 비느하스 아내, 엘리의 며느리

19-22절의 내용으로 추론하건데, 비느하스의 아내는 경건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죽어가면서 하나님의 궤를 잃어버리고 이스라엘에서 영광이 떠난 것에 대해 비통해 했습니다. 태어난 자식 때문에라도 기운을 추스려서 어떻게든 살아보려 하기 보다는 하나님의 영광이 떠난 것을 슬퍼하였습니다. 자신이 죽어가는 것을 느끼는 그녀에게 이땅의 기쁨은 무엇이었을까요? 영적이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신성한 기쁨 외에는 그 어떤 기쁨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죽음은 이 땅에서의 기쁨을 맛보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일입니다. 하나님의 궤를 잃어버렸다고 한탄하는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과 규례를 원한다면, 특히 그분의 은혜로운 임재의 위로와 그분의 얼굴빛을 원한다면 피조물인 우리가 어떤 기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까요?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삶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요?

하나님이 떠나시면 영광도 가고 모든 것도 갑니다. 그분이 떠나시면 우리에게 무엇도 남지 않고 오직 화(禍)가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영광이 이 나라, 우리가 사는 지역, 또는 가정에서 떠나더라도 결코 하나님은 영원히 떠나지 않으십니다. 주님은 다시 우리가 회복할 때까지 다른 한 곳에서 빛을 발하며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다시 하나님의 영광은 다시 우리에게 오셔서 드러나기까지 새로운 역사를 이루어 가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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