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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 하는 묵상_Visio Divina

씨 뿌리는 자의 비유

by 적아소심 2025. 5. 11.

씨 뿌리는 자의 비유

 

마가복음 4:1-20

 

예수님은 이 땅에서 공생애를 사시면서 가르치신 많은 말씀 중에서 비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예수님의 가르치심의 1/3에 달합니다. 복음서가 말하는 핵심은 주는 그리스도시요,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입니다. 반면에 예수님께서 이 땅에 계실 동안 가르치신 말씀의 핵심은 하나님 나라였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유를 말씀하실 때, 농사나 일상생활에서 알기 쉬운 내용으로 가르치셨습니다. 예수님은 천국의 모습에 대해서는 말씀하지 않으시고, 천국은 좋은 씨 뿌린 자와 같다고 하시고, 겨자씨 한 알과 같다고 하시고, 누룩, 밭에 감추인 보화, 진주 장사, 물고기 모으는 그물, 종과 결산하는 임금, 품꾼을 고용하는 집주인, 잔치를 베푸는 임금, 열 처녀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 비유들은 하나님 나라의 성격, 하나님의 통치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말씀도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기본적인 농사일에서 씨 뿌리는 자의 비유입니다.

 

1-2절에서 예수님은 "다시" 바닷가로 가셨습니다. 앞 3장에서 예수님은 정신없이 일하였습니다. 안식일에 회당에서 한 손 마른 사람을 고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바닷가에 가셔서 거기에서 많은 사람을 가르치시고 고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산으로 가서 밤새워 기도하신 후에 열두 제자들을 세우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가버나움에 있는 예수님 집으로 가셨습니다. 거기에도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사람들을 고치시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리고 4장에서, 다시 바닷가로 가셨습니다. 거기에도 많은 사람이 쫓아와서 서로 밀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배에 오르셔서 가르치셨는데, 바로 비유로 말씀하셨습니다.

제임스 티소 ,  바닷가에서 말씀을 가르치시는 예수님

비유는 "파라볼레"라고 하는데, "발로 툭 차듯이 옆에 던져놓는다"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님은 말씀을 툭 던지듯이 비유로 말씀하셨다는 것입니다. 보통 우리가 조직 내에서 후배에게 중요한 업무에 대한 팁을 줄 때, 사무실이나 회의실보다는, 화장실이나 복도를 걸어가면서 지나가는 소리로 툭 던지듯이 가르쳐 줍니다. 그래서 선배나 선임이 말할 때는 농담도 잘 들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진담이나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씨 뿌리는 자의 비유는 비유 중의 비유로써 가장 먼저 말씀하신 비유입니다. 그리고 본문 13절 말씀에서와 같이 예수님은 이 비유를 모르면 다른 비유를 알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이 비유의 말씀에 대한 예수님의 해석을, 단순히 4개의 밭의 유형으로 나누어 내가 어떤 밭에 속하느냐로 도식화시켜서는 안 됩니다.

빈센트 반 고흐 ( 네덜란드, 1853-1890),  씨 뿌리는 자

씨 뿌리는 자의 비유는 하나님 나라와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고, 또한 이 하나님 나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4개의 밭의 형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예수님은 마가복음 4장부터 본격적으로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말씀하시며,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에 대해서도 가르치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씨 뿌리는 자의 비유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까요? 많이 있겠지만, 우리 기억력의 한계가 있으므로, 세 가지 측면만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로, 씨 뿌리는 자의 비유는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임했다는 것을 말합니다.

 

3, 4a절, "들으라 씨를 뿌리는 자가 뿌리러 나가서, 뿌릴새 더러는 길가에 떨어지매" 씨 뿌리는 자가 나가서 씨를 뿌렸고, 그 씨가 현재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11절에서 예수님은 씨 뿌리는 자의 비유가 하나님 나라에 대한 것임을 해석해 주셨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비유와 해석을 들을 당시에 그 의미를 잘 몰랐을 것입니다. 아마 예수님 부활 이후에 30~40년 동안 예수님의 말씀과 부활에 대해 가르치고, 이 책을 기록할 때쯤에 그 의미를 깨달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비유를 통해 하나님 나라가 이미 시작되었으며, 하나님 나라가 도래하였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 비유의 말씀은 기존의 가르침이나 전통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예수님 생전에 가르치신 하나님의 나라는 유대인들뿐 아니라, 제자들에게조차 충격적이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 하나님의 나라는 현 세상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다음 세상에 실현되는 미래적인 것이었습니다. 예언에 따라 다윗왕의 후손으로 오실 메시아가 큰 영광과 능력으로 이스라엘을 회복하고,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그들의 종말론적 종교관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메시아로 오신다면, 로마의 속국이 된 이스라엘을 회복하고, 로마와 전 세계를 정복하여 하나님 왕국을 세우는 것이 제자들과 따르는 무리의 비전이었습니다. 세상 속에 천국이 내려오는 것은 그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유대인들이 생각했던 미래의 그 하나님 나라가, 현 세계에 이미 내려왔다고 선포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현 세계에 침투하였다는 것입니다. 장차 미래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미 현재 안에 임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미래의 변화에 대한 예고가 아니라,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래에 일어날 것으로 약속된 것이, 예수님 안에서 이미 현재 실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씨 뿌리는 자의 비유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말하고 있습니다.

 

11절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는 하나님의 나라를 직접 말씀하셨으나 외인들에게는 비유로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비밀"은 곧, "하나님 나라가 곧 비밀"이라는 것입니다. 이 비밀은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입니다. 예수님 십자가의 고난과 부활은 제자들조차 쉽지 않은 주제였습니다. 특히 수제자인 베드로조차 십자가 고난에 대해 말씀하시는 예수님을 한쪽으로 모시고 가서는 "주님, 절대 그런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했다가, 예수님으로부터 "사탄아, 물러가라!"는 험한 책망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것은 당시 사람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입니다. 예수님은 이스라엘의 소망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또한 그분의 삶과 가르침도 그들이 생각하는 하나님 나라와 전혀 달랐습니다. 하나님의 비밀은, 예수님의 오심과 함께 하나님 나라는 도래하였으며,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완성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비밀은, 십자가 고난과 죽음 없이는 부활도 없고, 십자가 없이는 열매도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비밀은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모두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셋째로, 씨 뿌리는 자의 비유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여줍니다.

 

비유의 말씀은 3절 "들으라"로 시작해서 9절 "귀 있는 자들은 들으라"로 마칩니다. 이 "들으라"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유대인 청중들은 신명기 6:4-5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이 말씀을 생각해 냈을 것입니다. 이 하나님을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다시 말하면 사랑하는 정도에 따라 토양이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예수님의 비유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4가지 종류의 밭으로 나타납니다. 어떤 사람은 길가와 같은 반응으로, 어떤 사람은 돌밭과 같은 반응으로, 어떤 사람은 가시덤불, 어떤 사람은 좋은 땅으로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좋은 밭이 되자는 설교를 수없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밭은 내가 되고 싶어서 되지 않습니다. 나의 좋은 밭은 내가 말씀을 사랑하는 만큼 기경됩니다.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만큼, 말씀을 받은 만큼, 하나님 나라가 자라난다는 것입니다. 밭마다 자라나는 정도가 다르잖아요? 길가는 아예 자라지 않고요, 돌밭에서는 아주 조금, 가시덤불에서는 열매 맺을 정도까지만 자랍니다. 그러나 좋은 밭에서는(20절 "말씀을 듣고 받아") 끝까지 자라서 30, 60, 100배의 열매를 맺습니다. 비유에서 나쁜 밭은 3개나 되고, 좋은 밭은 한 개입니다. 세 군데 나쁜 밭에서 씨가 낭비되어 하나님은 실패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좋은 밭에서 씨앗은 30, 60, 100배의 풍성한 열매를 맺어, 다른 밭에서 열매 맺지 못한 것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수확하게 됩니다. 사도행전이 바로 그 작은 씨들이 자라서 열매 맺는 역동적 과정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비유 말씀에서 씨 뿌리는 자는 인자, 즉 예수님입니다(13:37). 그리고 14절 예수님의 해석에 의하면 씨는 "로고스" 즉, "말씀"입니다. 또한 사도 요한에 의하면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은 씨앗처럼 땅에 묻히고 부활하시어, 수많은 새 언약 백성을 열매로 얻으셨습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님이 씨앗처럼 죽고 부활하여, 수많은 교회를 이루신 것이야말로, 오늘 비유가 말해주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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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유에 의하면 우리는 씨를 뿌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 이후에는 밭에 따라서 그 씨가 자라갑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복음을 전하는 순간 사람들의 마음에 심어졌습니다. 이제 우리가 아닌, 하나님이 자라게 하십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이 통치하시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낙담하지 않고 끝까지 씨뿌리는 사명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들 자신도 하나님의 말씀을 받을 때, 좋은 밭으로 반응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바로 가장 좋은 땅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에 반응하셨습니다. 우리 주님은 죽기까지 말씀에 순종하셨습니다. 그렇게 하심으로 우리 주님은 많은 열매를 맺으셨습니다. 우리는 일터에서, 그리고 가정과 교회에서 많은 십자가에 치여 삽니다. 때로는 힘들고 지쳐서 지구를 !“하고 사라지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모두 주님이 하십니다.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설교에서처럼 우리는 주님만 따라가면 됩니다. ”기도보다, 성령보다, 앞서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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