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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 하는 묵상_Visio Divina

오늘의 묵상_출애굽기 8:15_사람은 갈대와 같다

by 적아소심 2024. 2. 22.
  • 출애굽기 8:15 그러나 바로가 숨을 쉴 수 있게 됨을 보았을 때에 그의 마음을 완강하게 하여 그들의 말을 듣지 아니하였으니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더라
  • But when Pharaoh saw that there was a respite, he hardened his heart, and would not listen to them; as the Lord had said. (RSV)
  • But when Pharaoh saw that there was respite, he hardened his heart, and hearkened not unto them; as the Lord had said. (KJV)

위 말씀의 배경으로 바로왕은 두 번째 재앙인 개구리 떼의 습격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내겠다고 약속하였지만, 모세와 아론이 돌아간 후 한숨을 돌리자마자 그의 마음을 완강하게 하여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어기게 됩니다.

 

말씀에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은 히브리어로 '레와하, 또는 레바하(הָֽרְוָחָ֔ה)'로 영어로는 'respite' 즉 '한숨 돌리기', '일시적인 휴식'을 의미합니다.

 

바로 왕과 애굽인들은 개구리떼의 습격으로 많은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애굽의 마술사들까지 유사하게 능력을 보였지만, 하나님의 재앙은 그들의 능력을 벗어나 무지막지했습니다. 개구리가 비록 그들이 섬기는 우상 중의 하나였다고 하지만, 실제로 징그러운 개구리들이 궁정 안 침실과, 거실, 주방에 득실거린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바로 왕은 당장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모세와 아론에게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하고 개구리 재앙을 피합니다. 그러나 한숨을 돌리자마자 곧바로 마음을 굳게 하여 자기의 말을 번복합니다. 왕의 약속은 곧 법이었던 당시 시대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왕으로서 정말 가오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팩트(fact)가 우리에게 말하는 바가 무엇인가요? 이는 아무리 왕이라 할지라도 이익이나 이권(利權) 앞에서는 그 마음을 쉽게 바꾼다는 것입니다. 당시 이스라엘 노예 백성은 애굽에 있어서 놓칠 수 없는 거대한 이익이었습니다.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여 애굽의 국가적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으니 그 거대한 이익을 놓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의 우리 시대에도 이런 거대한 이익은 둘째치고 작은 이익 앞에서도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손바닥 뒤집듯이 합니다. 이익 앞에서 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고 바람과 같습니다.

 

정약용이 편찬한 <이담속찬(耳談續纂)>이란 책에 "여측이심(如厠二心)"이란 말이 나옵니다. 이는 "측간(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말입니다. 사람이 급할 때 온갖 약속을 다 하지만, 한숨 돌리고 나면 그전에 한 말을 모두 뒤엎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적반하장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인지상정인 것 같습니다. 

 

이산해(李山海), 진폐차(陳弊箚), 아계유고(鵝溪遺稾)에 나오는 말입니다.

  • 痛勢旣歇 憂慮稍弛 日漸久而心漸安, 則向之所責疾病之原 方藥之失 不復省念. (통세기헐 우려초이 일점구이심점안, 즉향지소책질병지원 방약지실 부부성념) (旣 이미기, 벌; 歇 쉴헐, 나아지다, 좋아지다; 慮 생각할려; 稍 벼줄기끝초, 점점초, 작아질초; 弛 늦출이, 없애다, 떨어지다; 漸 점점점)
  • 통증이 나아 걱정이 조금 덜해지면서 날이 점점 오래되어 마음이 점점 편안해지면, 지난 날에 자책하던 질병의 원인과 약이나 처방의 잘못에 대해 더는 생각지 않게 된다.

죽을 듯이 아파서 온갖 노력을 통해서 병에서 나음을 얻은 직후에는 몸을 생각하며 매일 운동하고 먹는 것도 조심하지만, 몸이 완전히 건강해지면 예전의 아팠던 기억은 사라지고 예전처럼 생활하게 된다는 말인데, 아주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이 역사나 사례를 통해 배울 것 같은데, 일시적일 뿐 익숙한대로 사는 것이 본성인가 봅니다.

  

영어로도 유명한 속담이 있습니다.

  • "Danger past, and God is forgotten!" (위험이 지나면 하나님은 잊혀진다!)

우리는 급할 때만 하나님을 찾고 편안할 때에는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꼭 그렇지는 않지만 곤고할 때에는 열심히 기도하며 근신하지만 편안할만 하면 간절함이 사라지고 기도가 한가해지는 것은 아닌지요?

사람은 갈대와 같습니다. 사람은 언제든지 변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배신을 하는데 다만 일찍 배신하느냐, 늦게 배신하느냐의 시간 차이만 날 뿐입니다. 사람을 믿고 의지하면 반드시 실망합니다. 사람은 의지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일 뿐입니다. 아무리 맛있고, 기적의 음식 만나라 할지라도 한 달 먹으면 하찮게 여기고 고기를 달라고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 예를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바로 내가 주님 앞에서 말을 바꾸었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수없이 반복하였습니다. 내가 바로 갈대와 같습니다. 작심하루도 가지 못할 때가 허다합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만은 신실하십니다. 우리 주님이 손을 잡아 주시기에 우리는 반복적인 배신에도 불구하고 주님께 돌아오게 됩니다. 염치없지만 우리 주님의 은혜로 지금까지 살았습니다. 우리의 믿음의 대상은 오직 삼위일체 하나님뿐입니다.

 

우리 주님은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 안에 거하기를 원하십니다. 주님 안에서 믿음과 기도는 오랜 시간 신뢰의 연습에 의해 자라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어떠하든지 사람을 의지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 열왕기하 18:21 이제 네가 너를 위하여 저 상한 갈대 지팡이 애굽을 의뢰하도다 사람이 그것을 의지하면 그의 손에 찔려 들어갈지라 애굽의 왕 바로는 그에게 의뢰하는 모든 자에게 이와 같으니라

우리의 푯대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는 오직 변함없으시고 신실하신 하나님만을 의지해야 합니다.

  • 민수기 23:19 하나님은 사람이 아니시니 거짓말을 하지 않으시고 인생이 아니시니 후회가 없으시도다 어찌 그 말씀하신 바를 행하지 않으시며 하신 말씀을 실행하지 않으시랴

오 주님, 갈대와 같은 저 자신을 의지하지 않게 하시고 오직 주님만을 의지하게 하소서. 갈대와 같은 사람들을 의지하지 말고 다만 그들을 사랑하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Divine Demands, The Nile Turned to Blood, Amphibian Assault, Vermin, Old Testament Miniatures with Latin, Persian, and Judeo-Persian inscriptions, Paris, France, ca.1244-1254, 390 x 300 mm, Purchased by J.P.Morgan (1867-1943) in 1916; MS M.638, fol. 8r

모건 그림 성경에 나오는 출애굽 당시의 장면으로, 모세와 아론이 바로왕에게 가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합니다. 그러나 바로왕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놓아주지 않습니다. 이에 하나님께서는 애굽에 10개의 재앙을 내리십니다. 위 그림은 첫째 재앙(나일강이 피로 변함), 둘째 재앙(개구리), 셋째 재앙(티끌이 이가 됨)까지 묘사하고 있습니다.

 

위 그림 상단 왼쪽 부분에서 여호와께서 모세와 그의 형 아론을 바로에게 보내어 요구하게 하십니다. 그의 능력의 표시로 여호와께서는 아론의 지팡이를 날개 달리고 뿔이 난 뱀으로 바꾸셨지만 바로는 그의 마술사들이 그와 비슷한 마술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마음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애굽인들이 보는 앞에서 모세의 날개 달린 뱀은 마술사들의 뱀을 삼키며 다가오는 주님의 진노를 예고합니다. (출애굽기 7:10~13)

 

상단 오른쪽에서 첫 번째 재앙으로 나일강이 피로 변합니다. 바로와 그의 마술사들은 아론이 지팡이로 나일강을 쳐서 물을 피로 바꾸고 물고기를 죽이는 것을 보고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바로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마술사들도 마법으로 비슷하게 기적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출애굽기 7:20~22)

 

위 그림 하단 왼쪽 부분에서 두 번째 재앙으로 개구리 떼들이 바로의 궁중까지 습격합니다. 모세와 아론은 바로가 마음을 완고하게 하자, 이번에는 아론이 물을 칠 때 끔찍한 개구리 재앙이 땅을 덮칩니다. 마술사들도 같은 기적을 보여주었지만, 바로가 이제 슬슬 불안해집니다. 왕은 모세와 아론에게 개구리를 없애달라고 간청합니다. 그리고 그는 히브리인들을 풀어주어 그들이 주님께 제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나 한숨 돌릴만 하자 다시 마음을 완고하게 합니다. (출애굽기 8:6~15)

 

위 그림 하단 오른쪽 부분에서 하나님은 세 번째 재앙을 사람들 앞에서 행하시려고 다시 한번 애굽 왕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모세와 아론이 바로 앞에서 기적을 행하는 것을 항상 하늘에서 지켜보십니다(모세와 아론 바로 위에 조그많게 주님의 얼굴이 보입니다). 이제 모세의 지시를 받은 아론은 지팡이로 티끌을 쳐서 이(세 번째)와 파리(네 번째)의 재앙을 불러일으킵니다. (출애굽기 8:17~35)

모세가 바로에게 말하다, 1902, by 제임스 티소
애굽에 대한 두 번째 재앙 - 개구리 재앙, 출처-wellcomeimag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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