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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09_사무엘상_성화와 함께 읽기(Visio Divina)

사무엘상 제11장_사울이 암몬 사람을 치다

by 적아소심 2024. 1. 9.

사무엘상 11:1-15

 

사울이 암몬 사람을 치다 (1-11)

1 암몬 사람 나하스가 올라와서 길르앗 야베스에 맞서 진 치매 야베스 모든 사람들이 나하스에게 이르되 우리와 언약하자 그리하면 우리가 너를 섬기리라 하니 2 암몬 사람 나하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내가 너희 오른 눈을 다 빼야 너희와 언약하리라 내가 온 이스라엘을 이같이 모욕하리라 3 야베스 장로들이 그에게 이르되 우리에게 이레 동안 말미를 주어 우리가 이스라엘 온 지역에 전령들을 보내게 하라 만일 우리를 구원할 자가 없으면 네게 나아가리라 하니라 4 이에 전령들이 사울이 사는 기브아에 이르러 이 말을 백성에게 전하매 모든 백성이 소리를 높여 울더니

 

5 마침 사울이 밭에서 소를 몰고 오다가 이르되 백성이 무슨 일로 우느냐 하니 그들이 야베스 사람의 말을 전하니라 6 사울이 이 말을 들을 때에 하나님의 영에게 크게 감동되매 그의 노가 크게 일어나 7 한 겨리의 소를 잡아 각을 뜨고 전령들의 손으로 그것을 이스라엘 모든 지역에 두루 보내어 이르되 누구든지 나와서 사울과 사무엘을 따르지 아니하면 그의 소들도 이와 같이 하리라 하였더니 여호와의 두려움이 백성에게 임하매 그들이 한 사람 같이 나온지라 8 사울이 베섹에서 그들의 수를 세어 보니 이스라엘 자손이 삼십만 명이요 유다 사람이 삼만 명이더라 9 무리가 와 있는 전령들에게 이르되 너희는 길르앗 야베스 사람에게 이같이 이르기를 내일 해가 더울 때에 너희가 구원을 받으리라 하라 전령들이 돌아가서 야베스 사람들에게 전하매 그들이 기뻐하니라 10 야베스 사람들이 이에 이르되 우리가 내일 너희에게 나아가리니 너희 생각에 좋을 대로 우리에게 다 행하라 하니라 11 이튿날 사울이 백성을 삼 대로 나누고 새벽에 적진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날이 더울 때까지 암몬 사람들을 치매 남은 자가 다 흩어져서 둘도 함께 한 자가 없었더라

 

사무엘이 길갈에서 사울을 왕으로 세우다(12-15)

12 백성이 사무엘에게 이르되 사울이 어찌 우리를 다스리겠느냐 한 자가 누구니이까 그들을 끌어내소서 우리가 죽이겠나이다 13 사울이 이르되 이 날에는 사람을 죽이지 못하리니 여호와께서 오늘 이스라엘 중에 구원을 베푸셨음이니라 14 사무엘이 백성에게 이르되 오라 우리가 길갈로 가서 나라를 새롭게 하자 15 모든 백성이 길갈로 가서 거기서 여호와 앞에서 사울을 왕으로 삼고 길갈에서 여호와 앞에 화목제를 드리고 사울과 이스라엘 모든 사람이 거기서 크게 기뻐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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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에서는 사울이 암몬과의 전쟁을 통해 그의 군사적 지도력이 검증된 후 실제적으로 왕으로 즉위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님께서는 삼상10:7에서 사무엘을 통하여 이미 약속한 말씀이 성취되어 사울이 하나님의 세우신 왕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사울은 약속의 말씀대로 이스라엘의 왕이 되고 새로운 왕정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따라서 11장은 사무엘의 마지막 사사시대에서 사울의 왕정으로 바뀌는 역사적 이정표를 보여줍니다.

 

11장은 길르앗 야베스의 구원의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 1단계 : 1-4절에서 암몬의 공격으로 위기를 맞은 야베스 사람들의 위기를 타개하려는 노력에 대하여
  • 2단계 : 5-11절은 하나님의 간섭으로 사울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 대하여
  • 3단계 : 12-15절은 사무엘과 백성들의 주선으로 사울이 왕으로 즉위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특이하게 각 단계마다 구원을 표시하는 용어가 한 번씩 나타나 백성을 구원하는 왕의 기본 기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1단계(위기) - 만약 우리를 구원( מוֹשִׁ֛יעַ; 모시아-to save)할 자가 없으면(3b)
  • 2단계(참여) - 너희(야베스 사람들)가 구원(תְּשׁוּעָ֖ה; 테슈아-salvation, help)을 받으리라(9a)
  • 3단계(해결) - 여호와께서 오늘 이스라엘 중에 구원(תְּשׁוּעָ֖ה; 테슈아-salvation)을 베푸셨음이니라(13b)

단계별로 진행되는 과정에서의 초점은 모두 "구원"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역사로 이루어진 것으로 사울은 하나님의 구원을 이루는 도구였습니다.

사울이 길르앗 야베스를 구한 당시의 경로 지도

사무엘이 사울에게 이스라엘의 왕으로 기름 부은 이후 사울이 왕으로 선포되었지만 당장 왕정이 성립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두 각자의 진영으로 돌아가 후속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사울을 왕으로 하는 왕정 체제는 언제 세워질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라 사울은 들에서 쟁기나 갈고 있었습니다. 이때 마침 암몬 왕 나하스가 길르앗 야베스를 침입하는 사건을 통해 사울은 공동의 적에 대항하여 지파들을 통합하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백성들이 사무엘에게 왕을 요청했던 이유 중 하나를 성취했습니다(사무엘상 8:19-20).

 

암몬 왕 나하스는 이스라엘의 야베스 길르앗 마을을 포위하고 있었는데, 그는 화친조약을 맺기 전에 마을에 있는 모든 사람의 오른쪽 눈을 뽑으라고 요구했습니다. 길르앗 야베스의 전령들은 7일간의 유예기간을 얻어 나하스로부터 그들을 구해 줄 사람을 찾아 이스라엘 전역을 돌아다녔습니다. 길르앗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기브아에 도착한 전령들은 기브아 백성들에게 이 사실을 전하였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백성들은 크게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그런 다음, 소를 몰고 들판에서 돌아오는 사울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사울은 하나님의 영이 강력하게 임하자, 그는 바로 옆에 있던 한 겨리의 소를 토막내어(원어적으로 황소 2마리) 이스라엘 전역에 보내 길르앗 야베스를 구하는 데 동참하도록 촉구하였습니다. 사울의 과격하고도 충격적인 방법은 암몬 족속으로 인하여 두려움에 떨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더 큰 두려움으로 인하여 모두가 한 사람처럼 모이게 하였습니다. 사울은 베섹에서 이스라엘 군대를 소집하고 길르앗 야베스 백성에게 다음 날 구원을 받을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길르앗 야베스에서 기브아까지는 70km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현재 길르앗 야베스는 암몬 왕으로부터 7일간의 유예기간을 통보받은 상태이므로 7일 안에 이스라엘 본진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긴급한 상황입니다. 아마 전령들은 온 힘을 다하여 최대한 빨리 기브아에 달려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의문스러운 점은 위 지도에서 보았듯이 길르앗 야베스 전령들이 가까운 다른 지파에 가지 않고 왜 멀리 떨어진 베냐민 지파의 기브아까지 와서 이 소식을 전했는가입니다(4).

 

이는 역사적으로 베냐민 지파와 길르앗 야베스 간의 밀접한 유대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연원은 사사기 19장에서부터 비롯됩니다. 한 레위인의 애첩을 베냐민 지파의 불량배들이 성폭행을 하고 죽이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러자 레위인은 애첩의 시신을 조각내어 이스라엘 전 지파에게 보내어 이 사건의 진상을 폭로하고 베냐민 지파 범인들을 처벌해 줄 것을 탄원합니다. 이 사건은 이스라엘 전체 공동체에 큰 충격을 주고, 전 이스라엘 지파는 베냐민 지파에게 그 불량배들을 내어주어 처벌할 것을 요청합니다. 그러나 베냐민은 어쩐 일인지 이를 거부하고 베냐민 지파와 나머지 이스라엘 지파 연합은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그러나 이때 길르앗 야베스는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하여 길르앗 야베스는 나머지 이스라엘 연합 지파에게 혹독한 댓가를 치르게 됩니다(사사기 19-21). 이러한 역사적 경험 때문에 두 공동체 간에는 암묵적으로 강한 유대감이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길르앗 야베스의 위험 소식을 들은 베냐민 지파의 백성들이 소리내어 울었다는 것은 그들의 아픔에 동참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사울도 당연히 길르앗 야베스에 대한 공동체적 채무 의식을 기자고 있었을 것입니다.

 

다음 날 사울은 암몬 족속을 물리치고 그들을 완전히 멸망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사무엘에게 사울이 왕으로 임명되는 것을 처음에 반대했던 사람들을 죽여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사울은 여호와의 승리의 날에 사람을 죽이지 못하게 합니다. 사무엘은 그 대신 모든 사람이 길갈에 모여 사울을 왕으로 재신임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백성들은 그렇게 하고 주님 앞에 예물을 드리며 사울의 왕이 된 것을 기뻐하며 축하하였습니다.

길르앗 야베스 전령의 말을 듣고 있는 사울 (쟁기를 잡고 있는 모습)

사울은 삼상 10장에서 왕으로 추대된 후에도 계속 왕으로서의 집무를 시작하지 않고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당시 왕정이 시작되었어도, 현실적으로 왕정 체제를 이루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고, 지금까지 사사시대의 제도에 익숙하여 왕이라 할지라도 사사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민족적,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이미 왕으로 선출된 사울에게 왕의 지위를 견고히 할 기회가 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하나님께서 이미 사울을 왕으로 택하시고 세우시겠다는 약속의 말씀을 성취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사울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왕으로서의 기름 부음을 이유로 억지로 왕정 체제를 구축하려고 했다면 보이지 않는 반발에 직면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울은 하나님께서 반드시 자연스럽게 왕으로서 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실 것이라고 믿고 기다렸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이 성취되었는데 금방 열매를 얻지 못할 때, 조급하게 행하지 말아야 함을 사울의 기다림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조급함은 하나님의 사람이 가장 주의해야 할 위험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論語(논어)子路篇(자로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孔子(공자)의 제자 子夏(자하)莒父(거보)라는 고을의 장관이 되자, 공자를 찾아와 정치하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無欲速 無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무욕속 무견소리 욕속즉부달 견소리즉대사불성)" 이는 "빨리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지 마라. 빨리하려 하면 일이 잘되지 않고, 작은 이익을 보면 큰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는 뜻입니다. 공자는 자하가 눈앞에 보이는 빠른 효과와 작은 이익에 집착하는 조급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말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너무 여유 부리는 것도 문제이지만 특히 조급한 것은 영적인 측면에서 무척 위험합니다. 성령의 역사의 특징은 급격한 변혁도 있겠지만 물과 같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나님은 기다리는 자를 축복하십니다.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지침은 "성령보다, 기도보다 앞서지 말아야 한다"는 원리입니다. 성령님의 인도하심 전에 내달아서는 안 됩니다(Never run before God’s guidance).

 

아래의 말씀을 가지고 인내함으로 기다리라는 말씀을 더 깊이 상고해 보겠습니다. 좀더 명확한 의미를 위해서 개역개정과 KJV을 같이 병행하였습니다.

  • 시편 37:1-2, 7-9 악을 행하는 자들 때문에 불평하지 말며 불의를 행하는 자들을 시기하지 말지어다. 그들은 풀과 같이 속히 베임을 당할 것이며 푸른 채소 같이 쇠잔할 것임이로다(1-2)...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고 기다리라 자기 길이 형통하며 악한 꾀를 이루는 자 때문에 불평하지 말지어다. 분을 그치고 노를 버리며 불평하지 말라 오히려 악을 만들 뿐이라. 진실로 악을 행하는 자들은 끊어질 것이나 여호와를 소망하는 자들은 땅을 차지하리로다(7-9). <개역개정>
  • Psalm 37:1-2, 7-9 Fret not thyself because of evildoers, neither be thou envious against the workers of iniquity. For they shall soon be cut down like the grass, and wither as the green herb(1-2).... Rest in the LORD, and wait patiently for him: fret not thyself because of him who prospereth in his way, because of the man who bringeth wicked devices to pass. Cease from anger, and forsake wrath: fret not thyself in any wise to do evil. For evildoers shall be cut off: but those that wait upon the LORD, they shall inherit the earth(7-9). <KJV>
  • 시편 37:1-2, 7-9 너는 악을 행하는 자들로 인하여 초조해하지 말며 불법을 행하는 자들을 부러워하지 말라. 그들은 곧 풀같이 베일 것이요, 푸른 채소같이 시들리로다(1-2)... 주 안에서 안식하고 끈기 있게 그분을 기다리라. 자기 길에서 형통한 자나 사악한 꾀를 이루는 자로 인하여 초조해 하지 말지어다. 분노를 그치고 진노를 버리며 결코 악을 행하려고 초조해하지 말지어다. 악을 행하는 자들은 끊어지려니와 주를 바라는 자들은 땅을 상속하리라(7-9). <킹제임스 흠정역>

시편37:1절에서 '불평하다'에 해당하는 원어 '티트하르(תִּתְחַ֥ר)'의 원형은 '하라(חָרָה)'인데, '불타오르다', '불붙다'라는 뜻입니다. 이는 마음이 뜨거워지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매우 격노하는 것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이 표현은 악인을 대하여 의로운 분노를 발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극심한 분노에 사로잡힌 상태, 즉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격분하는 것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영어성경 NASB에서는 'angry'로 번역을 했고, KJV에서는 'fret'로 번역하여 '초조해하다'는 의미로 사용하였습니다.

 

37:7절에서 '참고 기다리라'에 해당하는 '웨히트홀렐(וְהִתְח֪וֹלֵ֫ל)' 원형 '(חוּל)'은 원래 '춤추다', '몸부림치다'라는 뜻입니다. 이는 출산하는 여성이 고통스러워 몸부림치는 것을 나타낼 때 사용되었습니다. (13:8; 23:4; 26:18; 66:7-8; 4:10). 그러나 본문에서와 같이 재귀형(Hithpael)으로 사용될 때에는 '고대하며 기다리다'라는 뜻을 지니게 됩니다. 본문에서 말하는 기다림은 단순히 어쩔 수 없어 기다리는 수동적 기다림이 아니라 산모가 태어날 아기를 보게 될 희망을 가지고 온갖 고통을 참고 견디듯이 하나님의 행하심이 가져올 영광스러운 미래를 간절히 고대하며, 몸부림칠 수밖에 없는 어려움도 견디며 간절한 기대를 마음에 품고 적극적인 자세로 기다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신약에서 '강청하는 기도(11:5-8)'의 기본적인 자세로서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응답하시리라는 간절한 기대와 소망을 가지고 그분께 자신의 문제를 온전히 맡기는 자세를 말합니다.

  • 잠언 24:19-20 너는 행악자들로 말미암아 분을 품지 말며 악인의 형통함을 부러워하지 말라. 대저 행악자는 장래가 없겠고 악인의 등불은 꺼지리라 <개역개정>
  • Proverbs 24:19-20 Fret not thyself because of evil men, neither be thou envious at the wicked; For there shall be no reward to the evil man; the candle of the wicked shall be put out. <KJV>
  • 잠언 24:19-20 너는 악한 자들로 인하여 초조해하지 말며 사악한 자를 부러워하지 말라. 악한 자에게는 보상이 없으며 사악한 자의 등잔불은 꺼지리로다. <킹제임스 흠정역>

 

  • 히브리서 10:35-36 그러므로 너희 담대함을 버리지 말라 이것이 큰 상을 얻게 하느니라. 너희에게 인내가 필요함은 너희가 하나님의 뜻을 행한 후에 약속하신 것을 받기 위함이라
  • Hebrew 35-36 Cast not away therefore your confidence, which hath great recompence of reward. For ye have need of patience, that, after ye have done the will of God, ye might receive the promise.

제임스 티소, 사울 황소 두 마리를 희생하다 <James Tisso, Saul Sacrifices the Oxen> - 사울이 길르앗 야베스 전령들의 말을 듣자마자 하나님의 영에 크게 감동되어 한 겨리의 소(황소 2마리)를 잡는 모습
사울이 암몬을 물리치다
사울이 이끄는 이스라엘과 암몬 족속의 전쟁
암몬을 무찌른 후 왕으로 재추대되는 사울

하나님의 때를 인내함으로 기다리던 사울은 드디어 3번의 기회를 통해서 결국 왕으로 등극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고 기름부음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왕이 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시간을 통과하여야 합니다. 다윗도 기름부음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왕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역시 하나님의 시간을 통과하여야 했습니다. 

 

다음은 1250년 경의 '모건 그림 성경'의 삽화를 통해 본문 말씀을 다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page 23 verso] / 모건 그림 성경 (c.1250)
[page 23 recto, 상세 - 위쪽 패널 그림] / 모건 그림 성경 (c.1250)

<왼쪽>: 사울은 암몬 족속 나하스가 야베스 길르앗 성을 포위하고 주민들이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오른쪽 눈을 뽑겠다고 협박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오른쪽>: 사울은 암몬 족속과 싸우기 위해 모든 이스라엘 지파의 전폭적인 지지 및 지원을 원했고, 자신의 권위에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지파들에게 자신의 소 두 마리를 도살하여 그 토막을 각 지파들에게 보내면서 그들에게 합류하지 않으면 그들의 모든 소에게 똑같이 하겠다고 위협적으로 말했습니다. [사무엘상 11:1-7]

[page 23 recto, 상세 - 아래쪽 패널 그림] / 모건 그림 성경 (c.1250)

<왼쪽>: 사울이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홀을 들고 왕좌에 앉아 있습니다. 그의 왼쪽에는 신하가 야베스 길르앗의 대표에게 지원이 올 것이라고 안심시키고 있습니다.

<오른쪽>: 사울 왕이 소집한 군대를 맞이합니다. 그들은 무릎을 꿇고 충성을 표시합니다. 보급 마차 중 하나에 표준병(standard bearer)이 앉아 있습니다. [사무엘상 11:7-9]

[page 23 verso] / 모건 그림 성경 (c.1250)
[page 23 verso, 상세 &ndash; 위쪽 패널 그림l] / The Morgan Picture Bible (c. 1250)

왕관과 주황색 튜닉을 입은 사울이 전투에서 암몬족을 물리칩니다. 그는 암몬 왕 나하스의 목에 칼을 꽂습니다. 암몬 사람들은 투석기(왼쪽), 궁수(오른쪽 위), 도끼(오른쪽)의 공격을 받고 있으며, 그들의 시체는 전장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사무엘상 11:11]

[page 23 verso, 상세 - 아래쪽 패널 그림] / 모건 그림 성경 (c.1250)

<왼쪽>: 승리한 사울이 사무엘(회색 목도리를 두른)에게 공개적으로 왕관을 씌우고 기름 부음을 받습니다. 그는 왕관을 쓰고 홀을 들고 왕좌에 앉아 있습니다.

<오른쪽>: 사무엘이 위에서 지켜보시는 하나님께 양을 제물로 바칩니다. [사무엘상 11:14-15]

 

이상으로 10-11장에서는 사무엘을 마지막으로 사사시대가 끝나고 사울을 통해 왕정체제가 시작되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이스라엘은 왕이 다스리는 나라가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우리는 또한 왕을 통한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보게 될 것입니다.

 

<참고> - 암몬 족속에 대하여

이스라엘의 초기 역사에는 암몬 족속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옵니다. 암몬 족속은 셈족으로 이스라엘 민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족이었습니다. 이러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친구보다는 적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아브라함의 조카 롯은 암몬 족속의 조상이었습니다. 아브라함과 롯이 헤어진 후(창세기 13) 롯은 소돔에 정착했습니다. 소돔과 고모라가 악을 행하여 하나님께서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자, 롯과 그의 딸들은 사해 남쪽 끝의 소알이라는 구릉지로 도망칩니다. 세상에 자신들만 남았다고 생각한 롯의 딸들은 롯을 취하게 하고 근친상간을 하여 자식을 낳았습니다(창세기 19:37-38). 큰 딸은 모압("아버지에게서")이라는 아들을 낳았고, 작은 딸은 벤암미("내 민족의 아들")를 낳았습니다. 벤암미의 후손인 암몬 족속은 현재의 요르단 영토에 살던 유목 민족으로, 수도 암만의 이름은 이 고대 거주민의 이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모세의 출애급 시대에는 요단강(요르단강) 계곡의 비옥한 평야를 아모리족, 암몬족, 모압족이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애굽(이집트)를 떠날 때 암몬 족속은 이스라엘을 돕지 않았고,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악행에 대해 벌을 내리셨습니다(신명기 23:3-4). 그러나 나중에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에 들어갔을 때 하나님께서는 "암몬 족속에게 가까이 이르거든 그들을 괴롭히지 말고 그들과 다투지도 말라 암몬 족속의 땅은 내가 네게 기업으로 주지 아니하리니 이는 내가 그것을 롯 자손에게 기업으로 주었음이라(신명기 2:19)”고 명령하셨습니다. 이스라엘의 갓 지파와 르우벤 지파, 므낫세 반()지파는 암몬 족속의 영토와 접해 있는 아모리 족속의 영토를 점령했습니다.

밀곰(Milcom or Milkom)또는 신격화된 암몬의 통치자 밀곰으로 추정되는 동상, 기원전 8세기
찰스 포스터, 몰렉에게 바치는 희생. 1897 <by Charles Foster, Offering to Molech. 1897>&nbsp; 위 그림은 몰렉이라는 우상을 숭배하는 장면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 우상에게 숭배하고 절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송아지 머리가 있고 놋쇠로 만들어졌으며 속이 비어 있었습니다. 측면에 불을 피울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불이 매우 뜨거워지면 악한 사람들은 어린아이들을 그 우상의 팔 위에 놓았습니다. 어린아이들은 거기서 불에 타 죽었습니다. 그림 속 이 남자는 어린아이를 우상의 품에 바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팔을 불고 북을 두드리며 큰 소리를 내어 아무도 불쌍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암몬 족속은 이러한 잔인하고 악한 우상숭배를 하였습니다.

 

암몬 족속은 밀곰과 몰렉을 우상숭배하는 민족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 우상숭배하는 이교도들과 결혼하지 말라고 명령하셨는데, 그 이유는 결혼을 하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거짓 신을 숭배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은 불순종하여 암몬 사람 나아마와 결혼했고(왕상 14:21), 하나님의 경고대로 우상 숭배에 빠져들었습니다(왕상 11:1-8). 몰렉은 송아지 얼굴을 한 불의 신으로, 그에게 제물로 바쳐진 아기들을 받기 위해 두 팔을 뻗은 형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신처럼 암몬 족속은 잔인했습니다. 암몬 사람 나하스가 화친조약 조건을 요구했을 때(사무엘상 11:2), 그는 이스라엘 남성의 오른쪽 눈을 뽑을 것을 제안했습니다. 아모스 1:13절에 따르면 암몬 족속은 정복한 영토에서 임신한 여인의 배를 가른다고 하였습니다.

필립스 갈레 , 마틴 반 헴스커크(after model by), 필립스 갈레(출판사) "아스다롯, 그모스, 밀곰 신전의 파괴", <Philips Galle , Maarten van Heemskerck (after model by) , Philips Galle (publisher), "The destruction of the temple of Ashtoreth, Chemosh and Milcom"

사울 왕의 지도력 아래 이스라엘은 암몬 족속을 물리치고 그들을 속국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윗은 암몬에 대한 주권을 계속 유지했고, 나중에는 수도를 포위하여 자신의 지배를 공고히 했습니다. 이스라엘과 유다가 분열된 후 암몬 족속은 이스라엘의 적들과 동맹을 맺기 시작했습니다. 암몬은 주전 7세기에 어느 정도 주권을 되찾았지만, 100년 후 느부갓네살에 의해 정복당했습니다. 암몬 사람 도비야(느헤미야 2:19)는 바사(페르시아) 통치하에 이 지역의 총독이었지만, 주민들은 암몬 사람, 아라비아인, 기타 여러 민족이 섞여 있었습니다. 신약 시대에는 유대인들이 이 지역에 정착하여 베레아(Perea)로 알려졌습니다. 암몬인이 별도의 민족으로 마지막으로 언급된 것은 2세기 순교자 저스틴 마티어가 암몬인의 수가 매우 많았다고 말한 것입니다. 로마 시대 언젠가 암몬 족속은 아랍 사회에 흡수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우리가 살면서 늘 잘하는 것만 있을 수 없고 때로는 실수도 하고 죄를 짓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잘못된 행동과 죄를 용서하여 주십니다. 죄사함 이후에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진정한 자유함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계속 범죄하고 하나님의 용서함을 받을지라도 우리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게 됩니다. 삶의 결과에 대한 대가 지급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무슨 일을 하든지 먼저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의 도()를 따를 때에 반드시 먼저 깊이 계산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제자의 삶뿐이 아닌 모든 삶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믿음으로 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삶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영적인 측면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도 우리는 깊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무슨 일을 할 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거나, 조급하게 하기보다, 말씀 앞에서 성령님의 조명을 받으며 이모저모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 누가복음 14:28-32 너희 중의 누가 망대를 세우고자 할진대 자기의 가진 것이 준공하기까지에 족할는지 먼저 앉아 그 비용을 계산하지 아니하겠느냐? 그렇게 아니하여 그 기초만 쌓고 능히 이루지 못하면 보는 자가 다 비웃어, 이르되 이 사람이 공사를 시작하고 능히 이루지 못하였다 하리라.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갈 때에 먼저 앉아 일만 명으로써 저 이만 명을 거느리고 오는 자를 대적할 수 있을까 헤아리지 아니하겠느냐? 만일 못할 터이면 그가 아직 멀리 있을 때에 사신을 보내어 화친을 청할지니라.

우리는 내가 무슨 일을 할 때 "하나님(성령님)이 마음에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또는 무슨 일을 하고 나서 "하나님(성령님)이 하셨다"라고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됩니다. 자칫 내 책임보다는 하나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항상 성령님의 음성을 옳게 분별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믿음이 아직 어릴 때에는 차라리 "하나님의 은혜에 따라 내가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결과는 제 책임입니다."라고 말하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무슨 일을 행하기 전에 반드시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구하고 거기에 따라 순종하는 삶을 살더라고 결국 내가 결정한 것이기에 그 결과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 결과는 결국 나에게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심판(판단)과 보상은 나의 행위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내가 잘했으면 잘했다 칭찬받는 것이고, 결과가 나쁘더라도 믿음으로 옳게 행한 것이면 실패도 나의 책임으로 귀속됩니다. 여기서의 전제는 성공과 실패도 모두 '하나님의 응답'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응답이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절과 실패도 하나님의 응답입니다. 따라서 모든 행위, 일의 결과는 결국 내 몫입니다.

 

암몬 족속의 기원은 롯의 삶의 결과였습니다. 그가 아무리 부인하려고 해도 모압과 벤암미는 그의 삶에 대한 책임의 결과였습니다. 하나님께서 물론 그의 삶을 보호하시고 구원을 베푸셨지만 결국은 그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요, 날마다 살아가는 삶도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불가역적인 것이 아니라 본인이 결단하지 못하여 발생된 삶의 과정이요 결과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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