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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09_사무엘상_성화와 함께 읽기(Visio Divina)

사무엘상 제10장_사울이 왕으로 뽑히다

by 적아소심 2024. 1. 1.

사무엘상 10:1-27

 

사무엘이 사울에게 기름붓다

1 이에 사무엘이 기름병을 가져다가 사울의 머리에 붓고 입맞추며 이르되 여호와께서 네게 기름을 부으사 그의 기업의 지도자로 삼지 아니하셨느냐 2 네가 오늘 나를 떠나가다가 베냐민 경계 셀사에 있는 라헬의 묘실 곁에서 두 사람을 만나리니 그들이 네게 이르기를 네가 찾으러 갔던 암나귀들을 찾은지라 네 아버지가 암나귀들의 염려는 놓았으나 너희로 말미암아 걱정하여 이르되 내 아들을 위하여 어찌하리요 하더라 할 것이요 3 네가 거기서 더 나아가서 다볼 상수리나무에 이르면 거기서 하나님을 뵈오려고 벧엘로 올라가는 세 사람을 만나리니 한 사람은 염소 새끼 셋을 이끌었고 한 사람은 떡 세 덩이를 가졌고 한 사람은 포도주 한 가죽부대를 가진 자라 4 그들이 네게 문안하고 떡 두 덩이를 주겠고 너는 그의 손에서 받으리라 5 그 후에 네가 하나님의 산에 이르리니 그 곳에는 블레셋 사람들의 영문이 있느니라 네가 그리로 가서 그 성읍으로 들어갈 때에 선지자의 무리가 산당에서부터 비파와 소고와 저와 수금을 앞세우고 예언하며 내려오는 것을 만날 것이요 6 네게는 여호와의 영이 크게 임하리니 너도 그들과 함께 예언을 하고 변하여 새 사람이 되리라 7 이 징조가 네게 임하거든 너는 기회를 따라 행하라 하나님이 너와 함께 하시느니라 8 너는 나보다 앞서 길갈로 내려가라 내가 네게로 내려가서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리니 내가 네게 가서 네가 행할 것을 가르칠 때까지 칠 일 동안 기다리라

 

<사무엘의 예언이 성취되다>

9 그가 사무엘에게서 떠나려고 몸을 돌이킬 때에 하나님이 새 마음을 주셨고 그 날 그 징조도 다 응하니라 10 그들이 산에 이를 때에 선지자의 무리가 그를 영접하고 하나님의 영이 사울에게 크게 임하므로 그가 그들 중에서 예언을 하니 11 전에 사울을 알던 모든 사람들이 사울이 선지자들과 함께 예언함을 보고 서로 이르되 기스의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사울도 선지자들 중에 있느냐 하고 12 그 곳의 어떤 사람은 말하여 이르되 그들의 아버지가 누구냐 한지라 그러므로 속담이 되어 이르되 사울도 선지자들 중에 있느냐 하더라 13 사울이 예언하기를 마치고 산당으로 가니라

14 사울의 숙부가 사울과 그의 사환에게 이르되 너희가 어디로 갔더냐 사울이 이르되 암나귀들을 찾다가 찾지 못하므로 사무엘에게 갔었나이다 하니 15 사울의 숙부가 이르되 청하노니 사무엘이 너희에게 이른 말을 내게 말하라 하니라 16 사울이 그의 숙부에게 말하되 그가 암나귀들을 찾았다고 우리에게 분명히 말하더이다 하고 사무엘이 말하던 나라의 일은 말하지 아니하니라

 

사울이 왕으로 뽑히다

17 사무엘이 백성을 미스바로 불러 여호와 앞에 모으고 18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르되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고 너희를 애굽인의 손과 너희를 압제하는 모든 나라의 손에서 건져내었느니라 하셨거늘 19 너희는 너희를 모든 재난과 고통 중에서 친히 구원하여 내신 너희의 하나님을 오늘 버리고 이르기를 우리 위에 왕을 세우라 하는도다 그런즉 이제 너희의 지파대로 천 명씩 여호와 앞에 나아오라 하고 20 사무엘이 이에 이스라엘 모든 지파를 가까이 오게 하였더니 베냐민 지파가 뽑혔고 21 베냐민 지파를 그들의 가족별로 가까이 오게 하였더니 마드리의 가족이 뽑혔고 그 중에서 기스의 아들 사울이 뽑혔으나 그를 찾아도 찾지 못한지라 22 그러므로 그들이 또 여호와께 묻되 그 사람이 여기 왔나이까 여호와께서 대답하시되 그가 짐보따리들 사이에 숨었느니라 하셨더라 23 그들이 달려 가서 거기서 그를 데려오매 그가 백성 중에 서니 다른 사람보다 어깨 위만큼 컸더라 24 사무엘이 모든 백성에게 이르되 너희는 여호와께서 택하신 자를 보느냐 모든 백성 중에 짝할 이가 없느니라 하니 모든 백성이 왕의 만세를 외쳐 부르니라 25 사무엘이 나라의 제도를 백성에게 말하고 책에 기록하여 여호와 앞에 두고 모든 백성을 각기 집으로 보내매 26 사울도 기브아 자기 집으로 갈 때에 마음이 하나님께 감동된 유력한 자들과 함께 갔느니라 27 어떤 불량배는 이르되 이 사람이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겠느냐 하고 멸시하며 예물을 바치지 아니하였으나 그는 잠잠하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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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요약을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8절 : 사무엘이 사울에게 기름 부은 사건과 사울로 하여금 이스라엘의 왕이 될 것을 확신시키기 위해 세 가지 징조를 예언함
  • 9-16절 : 사무엘이 예언한 징조들이 모두 실현되고, 사울에게 여호와의 신이 임재한 사건 및 사울과 숙부간의 대화
  • 17-27절 : 미스바 집회에서 제비뽑기를 통해 사울이 공식적으로 이스라엘의 왕으로 선출됨

라파엘로 산치오 라파엘(1483-1520), 사무엘이 사울에게 이스라엘과 유다의 왕으로 기름을 부어주는 모습 (Raffaello Sanzio Raphael(1483-1520), Samuel anointing Saul as King of Israel and Judah)
사무엘이 사울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기름붓다, 1852-60년, 율리우스 슈노르 폰 캐롤스펠트의 삽화 빌더른의 성경, 율리우스 슈노르 폰 캐롤스펠트, 1852-60년 (Samuel annoints Saul as King of Israel, 1852-60 illustration by Julius Schnorr von Carolsfeld Bibel in Bildern, Julius Schnoor von Carolsfeld, 1852-60)
작가 모름, 사무엘에게 기름 부음을 받는 사울, 1873년 (Unknown author, Saul anointed by Samuel, 1873)

 

사무엘은 사울에게 이스라엘의 왕으로 기름을 부었습니다. 왕관은 왕의 정치적 책임을 상징하는 반면, 기름 부음은 백성에게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의 지위를 나타냅니다. (Samuel anoints Saul as king of Israel. The crown represented the political responsibility of the king, while the anointing indicated his position as God’s representative to the people.)

프랑수아 드 노메(1593-1644), 사무엘이 사울에게 기름 부음, 1625-1650년경 (François de Nomé, French (c.1593-1644), Samuel Anointing Saul, c.1625-1650)

 

사무엘이 사울에게 기름을 부은 구약성경의 에피소드를 묘사한 위 작품은 낡은 폐허로 둘러싸인 기괴한 풍경과 불확실한 장소를 배경으로 합니다. 어두운 회색 음영으로 칠해진 단색 효과로 인해 시간대를 파악하기 어렵고, 사라져가는 성벽의 늘어진 원근감은 공간감을 복잡하게 만들어 성벽 안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킵니다. 언뜻 보기에 로마의 개선문처럼 보이는 구조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교도라기보다는 기독교에 더 가까운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흰색 페인트를 촘촘히 칠해 조각상의 형상을 구축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묘사된 것(보이는 것)이 아닌 실재하는 것(촉감적인 것)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합니다. 프랑수아 드 노메의 몽환적인 건축적 환상은 20세기 초현실주의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그림으로 보건대 사울의 기름 부으심의 현장이 어둡고 칙칙하여 그의 앞길이 어떠한가를 예견해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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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절에서 사무엘은 기름병을 가져다가 그의 머리에 붓고 입 맞추며 말했습니다. "여호와께서 네게 기름을 부으사 그의(여호와의) 기업의 지도자로 삼지 아니하셨느냐" 그 병은 목이 좁은 그릇이었고, 그 안에서 기름이 방울방울 흘러내렸습니다. 물론 선지자가 이 중요한 날에 사용한 기름은 일반적인 기름이 아니라 제사장들이 성막과 성기를 봉헌할 때 사용했던 거룩한 기름, 즉 성스러운 기름이었습니다(29:7; 30:23-33 참조). 이 엄숙한 기름 부음은 이스라엘 왕을 세울 때 봉헌의식에서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성경 기록에 의하면, 사울, 다윗, 압살롬, 솔로몬, 요아스, 여호아하스, 예후가 즉위할 때 이 의식을 거행하였습니다. 정상적으로 왕위를 승계한 경우 새로운 기름 부음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미 언급된 왕들만 기름 부음을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들은 모두 왕조의 창시자이거나 정상적인 왕위 승계가 아닌 특별한 상황에 해당합니다.

 

'여호와의 기름 부음 받은 자'(2:26 참조)라는 칭호는 신정 왕을 여호와의 대리자로 지칭하는 것으로, 사무엘서와 시편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칭호입니다. 왕국에 대한 진정한 개념이 사라진 열왕기상에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제사장(40:15, 8:12), 선지자(왕상19:16), 왕은 기름 부음으로 봉헌되었고, 메시아(히브리어, 마슈아흐 = 기름 부음 받은 자, 헬라어 Μεσσίας에서 유래)라는 의미는 선지자, 제사장, 왕의 세 직분을 모두 자신 안에 통합하신 기름 부음 받은 자, 즉 그리스도를 예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6절에서 사무엘은 사울에게 믿음의 확신을 주기 위해 세 가지 징조를 말해 줍니다. 그리고 이후에 사울에게 여호와의 영이 크게 임하여 사울이 선지자 일행과 더불어 예언하고 변하여 새사람이 될 것을 예언하였습니다. 사울은 이러한 세 가지의 구체적인 예언이 하나하나 성취되는 것을 보면서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이 정말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라는 확신을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믿음이 연약할 때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믿음이 자랄 수 있도록 많은 믿음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십니다. 그러나 믿음이 자라게 되면, 주님께서는 외적인 징조(sign)나 표적에 의해서보다는 약속의 말씀을 온전히 믿는 믿음을 원하십니다.

 

paragraph에서 5절의 '선지자의 무리'가 나오는데, 이들은 사무엘의 영적 지도를 받으면서 선지자 학교(기브아 산당)에서 훈련받던 자들로 보입니다. 이들은 왕상 20:35에서는 '선지자의 무리', 왕하 2:3; 4:1에서는 '선지자의 제자'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당시 사무엘은 블레셋의 압제를 받으면서 여호와의 언약궤를 빼앗기고, 실로의 성소가 철저하게 파괴된 사건을 통해 영적, 도덕적 회복의 필요성을 느끼고, 선지자 제자들을 선발하여 신앙교육을 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믿음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노력했을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위대한 선지자들의 활동이 왕성하던 시대일수록 영적으로 타락하거나 민족적인 환난이 많은 시대였습니다. 특히 열왕기에서 엘리야와 엘리사의 활동이 크게 주목받고 있는데 그들이 활동하던 시대가 이스라엘 왕들의 부패가 극심한 시대였습니다(왕상17:1~왕하13:25). 그만큼 어려울수록 하나님은 어두운 시대를 밝혀줄 하나님의 사람을 찾고 계신다는 것을 말해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무엘 당시에도 신앙적으로나 민족적 문제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에 선지자들이 영적으로 더욱 깨어서 기도하며 말씀을 선포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이, 이런 선지자들이 많을수록 일반 백성들의 영적 상태는 무지몽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7절에서 사무엘은 사울이 징조의 성취를 보거든 너는 기회를 따라 행하라 하나님이 너와 함께 하시느니라고 조언을 합니다. 이를 히브리 원어에서 직역하면 너는 네 손에서 찾아지는 것을 너를 위해서 행하여라. 이는 하나님이 너와 함께 하심이라.” (Do whatever your hand finds to do, for God is with you; RSV 성경)”. 이는 곧 너의 능력이 되는 대로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 행하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8절에서 사무엘은 7일 후에 길갈(Gilgal)에서 다시 만나 행할 것을 가르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8절에서 기다리라로 번역된 토헬(תּוֹחֵל֙)‘기다리다또는 바라다라는 뜻을 가진 야할(יָחַל)‘의 사역형 미완료 동사로써 긴장을 풀지 말고 계속하여 기다리며 머물러 있으라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7일 후에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며, 이스라엘의 백성의 택하신 왕으로서 하나님께 대한 예배와 감사를 드리고, 하나님과 백성들과 함께 교제를 나누기 전에 그동안 몸과 마음을 거룩하게 하여 준비하고 있으라는 권면입니다.

 

이상으로, 1-8절까지의 일련의 예언과 성취의 과정은 믿음이 부족한 사울에게는 일생에 있어서 엄청나게 충격적이고, 놀라운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본인이 선지자의 반열에까지 올라가는 영적 체험을 한 것은 향후 왕으로서 시대를 짊어지고 하나님의 명령을 좇아 백성들을 다스릴 수 있는 신앙적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과정(course)이었습니다. 이때까지 사울은 좋은 가정 환경에서 자랐고 크게 고생을 겪지 않고 살아왔을 것입니다. 다만, 아버지의 암나귀를 찾으면서 힘든 상황에서 충성스럽고 겸손한 성품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리더로서 정신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더욱 강하게 담금질을 받으며 내면이 견고해져야 했습니다. 사무엘은 이후 일련의 과정들을 통하여 그를 왕으로서의 믿음, 성품과 내면성을 갖추도록 하고자 했을 것입니다.

제임스 티소, 사울이 선지들과 함께 예언하다 (James Jacques Joseph after Tissot, Saul prophesies with the prophets by Tissot – 1Sam 10:10)

 

9-13절에서, 사울은 사무엘의 예언대로 세 가지의 징조들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사울이 사무엘에게서 떠날 때 하나님은 사울을 새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사울이 왕의 자격과 내면을 갖추도록 성령을 그에게 부어주시고, 그가 성령의 도우심을 받는 믿음의 사람이 되도록 하셨습니다. 그 증거로서 사울은 다른 선지자들처럼 예언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성령 충만하여 산당으로 가서 머물며 때를 기다렸습니다.

 

14-16절에서 사울의 숙부는 사울이 사무엘을 만나고 무슨 중대한 일이 일어났음을 눈치챘습니다. 그래서 그는 암나귀 찾은 것 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추궁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울은 암나귀 문제 외에 나라의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나라의 일'이란 히브리어로 '데바르 하멜루카(דְּבַ֤ר הַמְּלוּכָה֙)'인데 '데바르'는 ', 말씀(word)'이란 뜻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문제, (matter)'라는 말로 가끔 쓰이기도 합니다. 본문에서는 '일, 문제(matter)'의 뜻으로 번역되었습니다. 또한 '하멜루카'는 '왕국에 관한, 왕권에 관한(kingship, royalty)'의 뜻입니다. 영어로는 ‘the matter of the kingdom’으로 번역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나라의 국정에 관한 전반적인 일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사울의 왕권에 관하여 사무엘이 사울에게 해준 여러 말들(또는 문제)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사울이 사무엘을 통해 들은 여러 말들을 발설하지 않음으로써 그의 겸손과 신중함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무엘은 8절에서 “너는 나보다 앞서 길갈로 내려가라 내가 네게로 내려가서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리니 내가 네게 가서 네가 행할 것을 가르칠 때까지 칠 일 동안 기다리라”고 함으로써 조심해서 준비하고 있으라고 명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무엘은 지붕에 올라가 사울과 단둘이 얘기했고, 기름 부을 때는 사환을 먼저 앞서가도록 한 후 뒤에 남아 즉시 행하였습니다. 사울은 이러한 사무엘의 이러한 일련의 행동을 통해 나라의 일기름 부음에 관한 내용은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사울이 왕으로 공식적으로 선출되기까지 지금까지의 일들을 말하면 또한 이후에 미스바에서의 제비 뽑기(10:17-27)’는 문제가 생길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즉 기름부음 받았다는 사실을 숨긴 것은 이후에 미스바에서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인 앞에서 이루어질 왕의 선출을 위한 제비 뽑기의 선거방식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교회 공동체 내에서의 사역자들은 성도들의 개인적인 사항들을 많이 알기 때문에 이를 사사로이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중보기도를 위해 개인 기도제목을 공유하는 경우에도 민감한 사안은 비밀유지를 해야 합니다. 중보기도나 상담을 통해 알게된 개인의 문제에 관하여 사역자가 비밀유지 윤리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공동체에는 여러 가지 시험이 발생하고 상처와 분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무엘이 왕으로 선출되다>

 

17-21절에서 드디어 때가 되어 사무엘은 미스바에서 전 이스라엘 백성들을 지파별도 모이게 한 후에 제비뽑기를 하였습니다. 지파별로 천 명씩 나아오게 하여 뽑았다고 하는데 어떤 방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이러한 방식으로 베냐민 지파가 뽑혔고, 그중에서도 사울의 가문과, 사울이 뽑혔습니다. 이를 통해 그동안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사울이 왕으로 선출이 된 것입니다. 사울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서 정확하게 하나님의 말씀이 성취되는 것을 보고 소름이 끼치도록 놀랐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자신의 삶 속에 쑥 하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놀라고, 또한 사람들이 자신이 뽑히는 것에 환호하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는 자신이 과연 하나님의 말씀대로 왕으로서의 직분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에 두려움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과정 속에서 부담이 되어 짐보따리 사이에 숨었을 것입니다.

짐 보따리에 숨은 사울 (Hiding in the Baggage)
카스파르 루이켄, 짐 사이에서 발견된 사울 (Caspar Luiken(1672-1708), Saul Found Among the Baggage)
제임스 스메담, 물건들 사이에 숨어있는 사울, 1866, 캐나다 국립 미술관 소장 (James Smetham, Saul “hiding among the stuff”, 1866, Collection of the National Gallery of Canada)
제임스 스메담, 숨어있는 사울, 날짜 미상 (James Smetham, Saul Hiding, date unknown, Collection of the Tate Britain)

 

사울이 제비뽑기에서 뽑혔으나 그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사울이 이 자리에 참석하였는지 하나님께 묻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사울이 짐꾸러미 사이에 숨어있다고 말씀해 주었습니다.

  • 1Sam 10:22 So they inquired again of the Lord, “Did the man come hither?” and the Lord said, “Behold, he has hidden himself among the baggage.” (RSV)

원어성경이나 영어성경에는 보라!(Behold)”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울을 직접 찾아 주십니다. 삼상 7장에서 미스바에 대한 장소 설명을 자세히 설명하였기 때문에 다시 한번 참조하십시오. 미스바는 예루살렘에서 가까운 장소로 해발 780m 정도 되는 높은 지역으로 이스라엘 모든 백성이 지파별로 모이기 때문에 여행 장비뿐 아니라 군사 장비도 같이 가져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구획을 정리하여 지파별로 그 짐꾸러미들을 관리하였을 것입니다. 제비를 지파별로 일천 명씩 기준으로 하였기 때문에 열두 지파가 각 지파별로 성인 남자만 최소 일천 명 이상이 왔을 것입니다(19). 따라서 그 짐꾸러미들만 해도 엄청났을 것입니다.

 

사울이 짐꾸러미 사이에 숨은 것은 하나님의 택하심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것이고, 또한 베냐민은 소수로 영향력이 크지 않은 지파입니다. 따라서 미약한 자기의 지파로 인한 작아지는 마음으로 인한 두려움도 있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거나 드러내기를 좋아하지 않은 겸손한 사람이었습니다.

왕으로 선포되는 사울 (Saul proclaimed as king)
왕으로 선포된 사울 (Saul is presented to the people as King, High Res Picture available from the Ultimate Bible Picture Collection, International Standard Bible Encyclopedia, Online Parallel Bible)
왕으로 선택된 사울 (Saul Chosen as King. 1st Samuel 10:24, "And Samuel said to all the people, See ye him whom the LORD hath chosen, that there is none like him among all the people? And all the people shouted, and said, God save the king.“)
구스타브 도레, 사무엘이 사울을 이스라엘 첫 번째 왕으로 축복하다 (Gustav Dore, Samuel blesses Saul to be Israel's first king)

 

하나님께서 사울 있는 곳을 알려주시자 사람들은 재빨리 짐꾸러미 사이로 가서 숨어있는 사울을 데려왔습니다. 그가 사무엘 앞과 백성들 사이에 섰을 때 그는 이스라엘 다른 사람들보다 어깨 위보다 더 컸다고 하였습니다. 원문 및 영어성경에서는 이스라엘 모든 백성들 중에서 어떤 사람보다 어깨 위보다 컸다고 했습니다(23b). (”he was taller than any of the people from his shoulders upward.“). 따라서 거기에 모인 이스라엘 백성들 중에서 사울이 압도적으로 가장 키가 컸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서 사울이 제비뽑기 때문에 왕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비뽑기는 형식과 절차에 불과했습니다. 대신 그는 사무엘 선지자에게 주신 하나님의 말씀을 성취하며, 왕으로 선택되었습니다. 제비뽑기는 사무엘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확인시켜 주었을 뿐입니다.

 

어거스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 "하나님 안에는 우연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왜냐하면 변하거나 썩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There is nothing accidental in God, because there is nothing changeable or perishable.) ((『삼위일체론』, 4권, 5번; Augustine, De Trinitate, v, c. 4, n. 5)

성경에서도 하나님 안에는 우연이 없다고 말합니다. 우연처럼 보일 뿐 모든 것에는 하나님의 예정과 섭리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 잠언 16:33 제비는 사람이 뽑으나 모든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 (The lot is cast into the lap, but the decision is wholly from the Lord.)

또한 하나님은 하나님의 역사를 움직이실 때도 반드시 먼저 하나님의 종들을 통해 말씀하십니다.

  • 아모스 3:7 주 여호와께서는 자기의 비밀을 그 종 선지자들에게 보이지 아니하시고는 결코 행하심이 없으시리라 (Surely the Lord God does nothing, without revealing his secret to his servants the prophets. RSV)
  • 시편 25:14 여호와의 친밀하심이 그를 경외하는 자들에게 있음이여 그의 언약을 그들에게 보이시리로다 (The friendship of the Lord is for those who fear him, and he makes known to them his covenant. RSV)

우리가 하나님과 친밀함(영어에서는 ‘friendship’이라고 하였습니다)을 갖기 위해서는 하나님과 가까이하는 것입니다. 가까이한다고 해서 함부로 대하라는 뜻이 아니고, 그분을 경외하는 것, 즉 그분이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것처럼 그분 말씀을 두렵고 떨림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의 말씀으로 우리 입술에서 끊이지 않고 말씀을 곰곰이 씹어서 묵상할 때 하나님께서는 그 안에서 단물을 내어 주시고, 양분을 주셔서 우리가 세상에서 살면서 이길 힘을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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