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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01_창세기_성화와 함께 읽기(Visio Divina)

창세기 제24장_이삭이 리브가를 아내로 삼다

by 적아소심 2024. 2. 4.

창세기 24:1-67

 

이삭이 리브가를 아내로 삼다(1-67)

 

이삭의 결혼을 위한 아브라함의 계획(1-9)

1 아브라함이 나이가 많아 늙었고 여호와께서 그에게 범사에 복을 주셨더라 2 아브라함이 자기 집 모든 소유를 맡은 늙은 종에게 이르되 청하건대 내 허벅지 밑에 네 손을 넣으라 3 내가 너에게 하늘의 하나님, 땅의 하나님이신 여호와를 가리켜 맹세하게 하노니 너는 내가 거주하는 이 지방 가나안 족속의 딸 중에서 내 아들을 위하여 아내를 택하지 말고 4 내 고향 내 족속에게로 가서 내 아들 이삭을 위하여 아내를 택하라 5 종이 이르되 여자가 나를 따라 이 땅으로 오려고 하지 아니하거든 내가 주인의 아들을 주인이 나오신 땅으로 인도하여 돌아가리이까 6 아브라함이 그에게 이르되 내 아들을 그리로 데리고 돌아가지 아니하도록 하라 7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나를 내 아버지의 집과 내 고향 땅에서 떠나게 하시고 내게 말씀하시며 내게 맹세하여 이르시기를 이 땅을 네 씨에게 주리라 하셨으니 그가 그 사자를 너보다 앞서 보내실지라 네가 거기서 내 아들을 위하여 아내를 택할지니라 8 만일 여자가 너를 따라 오려고 하지 아니하면 나의 이 맹세가 너와 상관이 없나니 오직 내 아들을 데리고 그리로 가지 말지니라 9 그 종이 이에 그의 주인 아브라함의 허벅지 아래에 손을 넣고 이 일에 대하여 그에게 맹세하였더라

페드로 오렌테(1580–1645)의 작업공방 (Workshop of Pedro Orrente), 아브라함이 엘리에셀에게 이삭의 아내를 데려오도록 하다, 17세기, 레옹 박물관
위 작품의 일부 상세 부분

위 그림은 아브라함의 늙은 종이 멀리 아브라함 동족의 땅으로 떠나기 위해 여정을 준비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많은 선물을 탁자 위에 종류별로 올려놓고 준비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늙은 종에게 다시 한번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자기 환도뼈에 종의 손을 올려놓고 그의 맹세를 받습니다.

로버트 크럼, 아브람(아브라함) 이야기 - 아브라함은 이삭을 위한 아래를 찾기 위해 그의 종을 보냅니다. <Robert Crumb - The story of Abram (Abraham) - Abraham sends his servant to find a wife for Isaac>

1-9절은 아브라함이 이삭의 아내를 구하기 위해 신실한 종 엘리에셀에게 구체적인 방향을 말해주고 이를 확인하는 장면입니다.

 

아브라함이 137세에 아내 사라와 사별하고 세월이 어느 정도 흘렀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175까지 살았으니 사라와 사별 이후에도 38년을 더 살았습니다. 보통의 남성들은 아내와의 사별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그 후유증이 2~3년은 간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 아픔의 시간이 지나야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합니다. 이삭이 37세에 어머니 사라를 여의고, 40세에 리브가를 아내로 맞이하였으므로(25:20) 현재 아브라함은 140세 정도 되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추측하건대, 아브라함은 아마 최소 2년 이상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 불면증으로 시달렸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변함없이 아브라함에게 복을 주셨습니다(1b). 노년이 되어서도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물댄 동산과 같이 축복하셨습니다(17:7-10; 31:12). 이것이 바로 우리 믿음의 사람들이 꿈꾸는 축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이제 정신을 차리고 그의 늙은 종을 불러 그의 손을 자기의 환도뼈 밑에 넣게 합니다(2). 여기서 말하는 '늙은 종'이란 뜻은 단순히 나이가 많은 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관록과 경륜이 있는 종들의 우두머리'라는 의미입니다. 아브라함의 종이라기보다는 아브라함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는 청지기요, 동역자인 셈이지요. 많은 주석가들은 이 늙은 청지기가 50여 년 전에 아브라함의 상속자로 여겨지던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15:2). 그리고 많은 예술가도 이 종을 엘리에셀로 부릅니다. 아브라함은 이제 가장 중요한 혼인 문제이기 때문에, 직접 이 늙은 청지기에게 자신의 동족 가운데서 이삭의 아내를 택할 것을 요청합니다(3-4). 그리고 아브라함은 절대 이삭을 고향으로 데려가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5-8).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그 늙은 청지기에 앞서 여호와의 사자를 보낼 것이라고 확신하였습니다(7). 이 늙은 청지기는 아브라함의 당부대로 환도뼈에 손을 대고 그렇게 할 것을 맹세합니다.

 

이같이 아브라함이 가나안인의 딸들과 결혼하는 것을 금지한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언약의 자손으로서 혈통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둘째로, 가나안의 이방 종교에 물들지 않고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오랫동안 가나안의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면서 가나안 사람들의 생활과 풍습을 많이 보고 접했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볼 때 가나안 족속은 매우 타락하고 부패하였으며, 성도덕은 말할 수 없이 문란하였습니다. 약속의 후손인 이삭의 아내를 가나안 사람들 가운데서 취한다는 것은 거룩한 약속의 가정을 더럽힐 수 있는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이삭의 결혼은 중요하고도 절박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가나안 족속과의 통혼을 금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아브라함이 이방 여인과의 결혼을 강력하게 반대한 것은, 하나님께서 이삭에게 큰 복을 주시겠다는 약속의 말씀을 믿었기 때문입니다(22:17; 7:3-4). 아브라함은 조카인 롯의 실패를 통한 삶의 열매를 보았고, 또한 아들 이스마엘의 결혼도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이방 민족과의 통혼을 통해서 하나님의 약속의 가정에 우상 숭배의 죄가 유입되는 것을 철저히 배제한 것입니다(34:16).

 

아브라함의 청지기와 리브가의 만남(10-27)

10 이에 종이 그 주인의 낙타 중 열 필을 끌고 떠났는데 곧 그의 주인의 모든 좋은 것을 가지고 떠나 메소보다미아로 가서 나홀의 성에 이르러 11 그 낙타를 성 밖 우물 곁에 꿇렸으니 저녁 때라 여인들이 물을 길으러 나올 때였더라 12 그가 이르되 우리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원하건대 오늘 나에게 순조롭게 만나게 하사 내 주인 아브라함에게 은혜를 베푸시옵소서 13 성 중 사람의 딸들이 물 길으러 나오겠사오니 내가 우물 곁에 서 있다가 14 한 소녀에게 이르기를 청하건대 너는 물동이를 기울여 나로 마시게 하라 하리니 그의 대답이 마시라 내가 당신의 낙타에게도 마시게 하리라 하면 그는 주께서 주의 종 이삭을 위하여 정하신 자라 이로 말미암아 주께서 내 주인에게 은혜 베푸심을 내가 알겠나이다

15 말을 마치기도 전에 리브가가 물동이를 어깨에 메고 나오니 그는 아브라함의 동생 나홀의 아내 밀가의 아들 브두엘의 소생이라 16 그 소녀는 보기에 심히 아리땁고 지금까지 남자가 가까이 하지 아니한 처녀더라 그가 우물로 내려가서 물을 그 물동이에 채워가지고 올라오는지라 17 종이 마주 달려가서 이르되 청하건대 네 물동이의 물을 내게 조금 마시게 하라 18 그가 이르되 내 주여 마시소서 하며 급히 그 물동이를 손에 내려 마시게 하고 19 마시게 하기를 다하고 이르되 당신의 낙타를 위하여서도 물을 길어 그것들도 배불리 마시게 하리이다 하고 20 급히 물동이의 물을 구유에 붓고 다시 길으려고 우물로 달려가서 모든 낙타를 위하여 긷는지라 21 그 사람이 그를 묵묵히 주목하며 여호와께서 과연 평탄한 길을 주신 여부를 알고자 하더니

22 낙타가 마시기를 다하매 그가 반 세겔 무게의 금 코걸이 한 개와 열 세겔 무게의 금 손목고리 한 쌍을 그에게 주며 23 이르되 네가 누구의 딸이냐 청하건대 내게 말하라 네 아버지의 집에 우리가 유숙할 곳이 있느냐 24 그 여자가 그에게 이르되 나는 밀가가 나홀에게서 낳은 아들 브두엘의 딸이니이다 25 또 이르되 우리에게 짚과 사료가 족하며 유숙할 곳도 있나이다 26 이에 그 사람이 머리를 숙여 여호와께 경배하고 27 이르되 나의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하나이다 나의 주인에게 주의 사랑과 성실을 그치지 아니하셨사오며 여호와께서 길에서 나를 인도하사 내 주인의 동생 집에 이르게 하셨나이다 하니라

아브라함의 종 엘리에셀의 하란까지의 여정 경로

이제 아브라함의 종은 낙타 10마리에 각종 선물과 여정에 필요한 필수품을 싣고 먼 길을 떠납니다. 아브라함이 거주하고 있는 헤브론(또는 브엘세바)에서 메소포타미아의 나홀의 성까지는 약 800km가 넘는 아주 멀고 험한 여정입니다.

 

한편 나홀은 아브라함의 동생으로 창22:20-24에 기록된 열두 사람의 조상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란에 대한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특히 아버지 데라가 70세에 아브라함을 낳고 205세에 죽었기 때문에 현재 아브라함의 나이를 140세로 본다면 데라가 죽은 지 5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계산상으로는 아브라함이 135세 때 데라가 205세에 죽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어찌든지 자기 동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은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제임스 티소, 아브라함의 종 리브가를 만나다 <James Jacques Tissot (French painter, 1836-1902), Abraham's Servant Meets Rebecca>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릴로, 17세기, 리브가와 엘리에셀 <Bartolom&eacute; Esteban Murillo (17th century), Rebecca and Eliezer>
니콜라스 푸생의 "엘리에셀과 리브가" <Nicolas Poussin(1594&ndash;1665), Eliezer and Rebecca, between c.1660 and c.1665> Fitzwilliam Museum
니콜라스 푸생의 "엘리에셀과 리브가" <Nicolas Poussin (1594&ndash;1665), Eliezer and Rebecca, 1648, Louvre Museum>
파올로 베로네세의 "리브가와 엘리에셀" <Paolo Veronese (1528-1588, Italy), Museum Art Reproductions Rebecca and Eliezer, 1580>
마틴 드 보스, 우물가의 엘리에셀과 리브가 <Maarten de Vos, Eliezer and Rebecca at the Well, 1562 (Eliezer und Rebecca am Brunnen, 1562)>
도미니코 가르줄로 (미코 스파데로), 우물가의 리브가와 엘리에셀 <Domenico Gargiulo called Micco Spadero, Rebecca and Eliezer at the Well>
알렉산더 카바넬, 리브가와 엘리에셀, 1883 <Alexandre Cabanel, Rebecca et Eli&eacute;zer, 1883>
렐브란트의 "우물가의 엘리에셀과 리브가" <Rembrandt Van Rijn (Dutch, 1606&ndash;1669), Eliezer and Rebecca at the Well>
지오반니 밧티스타 핏토니, "엘리에셀과 리브가" <Giovanni Battista Pittoni, &rdquo;Eliezer and Rebecca&ldquo;, Eliezer, Abraham's servant, charged with finding a wife for his son Isaac, met Rebecca, who followed him to marry the young man, Musee Beaux Arts, Bordeaux, France>
벤자민 웨스트, 우물가에서 팔찌를 받고 있는 리브가 <Rebekah receiving bracelet at well by Benjamin West>

드디어 아브라함의 늙은 청지기는 저녁에 메소보다미아 나홀의 성 우물가에 도착하게 됩니다(10b-11). 이에 아브라함의 청지기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합니다. 그는 이삭의 아내 될 여인을 만나기를 기도합니다(12).

12절을 보십시오.

  • "우리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원하건대 오늘 나에게 순조롭게 만나게 하사 내 주인 아브라함에게 은혜를 베푸시옵소서"

아브라함의 청지기는 "내 주인 아브라함에게 은혜를 베푸시옵소서"라고 간청합니다. 여기서 '은혜'는 히브리어로 '헤세드(חֶ֕סֶד)'로써, '사랑(love), 자비(goodness, grace), 친절(kindness)' 등과 비슷한 의미입니다. 그러나 '헤세드'는 하나님과의 언약(covenant)과 관련하여 해석되는데, 바로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을 신실하게 이행하사 택한 백성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무한하신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아브라함의 청지기는 하나님께 아브라함을 열국의 아비가 되게 하리라는 언약을 주신 하나님의 그 신실하심을 보여 달라는 의미로 바로 '헤세드'란 말을 사용하여 기도한 것입니다. 그의 기도에는 자기의 일신상의 요구는 전혀 없고, 오직 주인의 요청한 내용만 들어가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기도 모범입니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할 때 주님께서 다른 필요한 것들도 당연히 알아서 챙겨 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이 믿음이 있을 때, 주님 가르치신 주기도문을 모범 삼아 기도할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청지기는 기도 응답의 구체적인 징표로, 물을 청하는 요구에 약대가 먹을 물까지 주고자 하는 여인을 이삭의 아내로 알겠다고 간구합니다(13-14). 아브라함의 늙은 청지기의 기도가 마치지도 않았는데 리브가가 우물가로 나옵니다(15a). 원래 히브리어 성경에서는 13절과 아브라함의 청지기의 기도내용과 15절에서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서 "보라!(Behold!)"라는 감탄사가 들어가 있는데, 우리말 개역개정 성경에는 생략되었습니다.

 

리브가는 나홀의 아들 브두엘의 딸로 아름답고 정숙한 여인이었습니다(15b-16a). 이를 통해 볼 때 아브라함의 믿음대로(25:7)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믿음을 기뻐하시고, 이삭의 결혼문제에 깊이 관심을 가지시고 직접 개입하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믿음과 기도의 대상은 하나님이셔야 하며, 그 내용은 나의 필요나 욕구가 아닌 하나님의 약속과 하나님의 뜻에 합치될 때 하나님께서 기뻐 이루어 주심을 알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청지기의 눈에 물을 길러 오는 리브가의 모습이 보입니다(16b). 그의 눈에 그녀가 직감적으로 바로 그녀라고 생각되었을 것입니다. 청지기는 늙은 몸을 이끌고 멀리까지 와서 피곤하고 지친 상태인데도 직감적으로 알아채고는 리브가에게 달려가서”, 공손하고 정중하게 마실 물을 요청하였습니다(17). 그가 얼마나 놀랍고, 흥분했을지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그는 12, 33절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진지하게 기다리는 자세를 보이지만, 순종할 때는 즉각적이고 민첩하였습니다. 그리고 실행할 때는 감정을 자제하고 절도있게 하였습니다. 아브라함의 청지기 역시 아브라함처럼 믿음의 사람이요, 순종의 사람이었습니다. 아브라함처럼 또한 그도 우리에게 믿음의 모범을 보여 줍니다.

 

그러자 리브가는 청지기에게 물을 마시게 하고, 약대에게도 물을 길어줍니다(18-20). 20절을 보면 리브가가 얼마나 민첩하게 움직였는지, 약대들을 위해 달음박질하면서 물을 길어 날았다고 하였습니다. 원문에서는 4개의 동사를 4번이나 연결하면서 리브가의 각기 다른 행동을 하나의 행동처럼 연결해 줍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리브가가 평소에 얼마나 부지런하게 생활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무엇을 섬기든지 민첩하고 신속하게 하여 부모뿐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였을 것입니다.

 

20절에서의 리브가의 행동을 보고 아브라함의 청지기는 하나님의 기도 응답에 소름이 끼쳤을 정도로 놀랐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리브가를 묵묵히 주목하며 여호와께서 과연 평탄한 길을 주신 여부를 알고자 하였습니다(21). 청지기는 리브가에게 반 세겔 무게의 금 코걸이 한 개와 열 세겔 무게의 금 손목고리 한 쌍을 주었습니다(22). 호의에 대한 보상으로는 너무 과하게 보이지만, 이미 아브라함의 청지기는 그녀가 바로 하나님이 예비하신 '그녀'임을 확신하였기에 과감하게 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리브가에게 가족관계와 유숙할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23).

 

그러자 리브가는 "나는 밀가가 나홀에게서 낳은 아들 브두엘의 딸이니이다(24b)" 말하고 자신의 집에 유숙할 수 있다고 합니다(24-25). 그제야 아브라함의 늙은 청지기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확신하고, 하나님께 머리숙여 경배합니다(26). 그리고 자신을 아브라함의 동생 집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27).

 

이삭과 리브가의 혼담 진행(28-53)

28 소녀가 달려가서 이 일을 어머니 집에 알렸더니 29 리브가에게 오라버니가 있어 그의 이름은 라반이라 그가 우물로 달려가 그 사람에게 이르러 30 그의 누이의 코걸이와 그 손의 손목고리를 보고 또 그의 누이 리브가가 그 사람이 자기에게 이같이 말하더라 함을 듣고 그 사람에게로 나아감이라 그때에 그가 우물가 낙타 곁에 서 있더라 31 라반이 이르되 여호와께 복을 받은 자여 들어오소서 어찌 밖에 서 있나이까 내가 방과 낙타의 처소를 준비하였나이다 32 그 사람이 그 집으로 들어가매 라반이 낙타의 짐을 부리고 짚과 사료를 낙타에게 주고 그 사람의 발과 그의 동행자들의 발 씻을 물을 주고 33 그 앞에 음식을 베푸니 그 사람이 이르되 내가 내 일을 진술하기 전에는 먹지 아니하겠나이다 라반이 이르되 말하소서 34 그가 이르되 나는 아브라함의 종이니이다 35 여호와께서 나의 주인에게 크게 복을 주시어 창성하게 하시되 소와 양과 은금과 종들과 낙타와 나귀를 그에게 주셨고 36 나의 주인의 아내 사라가 노년에 나의 주인에게 아들을 낳으매 주인이 그의 모든 소유를 그 아들에게 주었나이다 37 나의 주인이 나에게 맹세하게 하여 이르되 너는 내 아들을 위하여 내가 사는 땅 가나안 족속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택하지 말고 38 내 아버지의 집, 내 족속에게로 가서 내 아들을 위하여 아내를 택하라 하시기로 39 내가 내 주인에게 여쭈되 혹 여자가 나를 따르지 아니하면 어찌하리이까 한즉 40 주인이 내게 이르되 내가 섬기는 여호와께서 그의 사자를 너와 함께 보내어 네게 평탄한 길을 주시리니 너는 내 족속 중 내 아버지 집에서 내 아들을 위하여 아내를 택할 것이니라 41 네가 내 족속에게 이를 때에는 네가 내 맹세와 상관이 없으리라 만일 그들이 네게 주지 아니할지라도 네가 내 맹세와 상관이 없으리라 하시기로 42 내가 오늘 우물에 이르러 말하기를 내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만일 내가 행하는 길에 형통함을 주실진대 43 내가 이 우물 곁에 서 있다가 젊은 여자가 물을 길으러 오거든 내가 그에게 청하기를 너는 물동이의 물을 내게 조금 마시게 하라 하여 44 그의 대답이 당신은 마시라 내가 또 당신의 낙타를 위하여도 길으리라 하면 그 여자는 여호와께서 내 주인의 아들을 위하여 정하여 주신 자가 되리이다 하며 45 내가 마음속으로 말하기를 마치기도 전에 리브가가 물동이를 어깨에 메고 나와서 우물로 내려와 긷기로 내가 그에게 이르기를 청하건대 내게 마시게 하라 한즉 46 그가 급히 물동이를 어깨에서 내리며 이르되 마시라 내가 당신의 낙타에게도 마시게 하리라 하기로 내가 마시매 그가 또 낙타에게도 마시게 한지라 47 내가 그에게 묻기를 네가 뉘 딸이냐 한즉 이르되 밀가가 나홀에게서 낳은 브두엘의 딸이라 하기로 내가 코걸이를 그 코에 꿰고 손목고리를 그 손에 끼우고 48 내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하사 나의 주인의 동생의 딸을 그의 아들을 위하여 택하게 하셨으므로 내가 머리를 숙여 그에게 경배하고 찬송하였나이다 49 이제 당신들이 인자함과 진실함으로 내 주인을 대접하려거든 내게 알게 해 주시고 그렇지 아니할지라도 내게 알게 해 주셔서 내가 우로든지 좌로든지 행하게 하소서

50 라반과 브두엘이 대답하여 이르되 이 일이 여호와께로 말미암았으니 우리는 가부를 말할 수 없노라 51 리브가가 당신 앞에 있으니 데리고 가서 여호와의 명령대로 그를 당신의 주인의 아들의 아내가 되게 하라

52 아브라함의 종이 그들의 말을 듣고 땅에 엎드려 여호와께 절하고 53 은금 패물과 의복을 꺼내어 리브가에게 주고 그의 오라버니와 어머니에게도 보물을 주니라

마틴 드 보스(1532-1603), 플랑드르 벨기에, 라반이 우물가에서 엘리에셀을 찾다 <Marten de Vos, Laban Searching for Eliezer at the Well>
마틴 드 보스, 라반이 엘리에셀을 아버지 브두엘에게 소개하다 <Marten de Vos, 1562, Laban Presenting Eliezer to his Father>
마틴 드 보스, 엘리에셀이 리브가에게 이삭과 결혼해 달라고 청하다 <Maarten de Vos, Eliezer Asking for Rebecca to Marry Isaac, 1562 (Eliezer fragt nach Rebecca, um Isaak zu heiraten, 1562)>

아브라함의 늙은 청지기를 만난 리브가는 이 일을 어미 집에 고하였습니다(28). 그러자 라반이 리브가의 말을 듣고 곧바로 우물가로 달려 나갔습니다(29-30a). 아브라함의 청지기는 여전 우물가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30b). 그가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했으니 이제 숙소를 정하고 하룻밤 묵은 다음에 일을 진행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기다렸습니다. 확실한 하나님의 응답이 나올 때까지 쉬지 않았습니다. 늙은 나이임에도 이렇게 충성스럽고 믿음이 견고한 모습을 보면서 나의 가벼움과 믿음 없음을 부끄럽게 여기고 주님 앞에 간절히 믿음을 구하게 됩니다.

 

라반은 아브라함의 청지기를 집으로 인도하여 대접합니다(31-32). 그러나 늙은 청지기는 자기 일을 말하기 전에는 절대 먹지 않겠다고 합니다(33a). 그러자 라반이 청지기에게 말하라고 합니다(33b). 어떤 면에서는 아브라함의 청지기가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어 보입니다. 우리는 보통 상황 논리적으로, 얼마든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아니, 당장 오늘 저녁은 좀 쉬고 내일 얘기해도 늦을 것 같지 않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브라함의 청지기가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하며 현실적으로 일을 진행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청지기는 주인 아브라함의 절실함을 그대로 마음으로 느끼고 그에 맞추어 그 또한 절실하게 일을 진행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 종의 자세임을 저자는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아브라함의 청지기는 리브가를 만나기까지의 경위를 자세하게 말합니다(34-48). 그는 먼저 자신을 아브라함의 종이라고 소개합니다. 히브리어 성경에서는 '에베드 아브라함 아노키(עֶ֥בֶד אַבְרָהָ֖ם אָנֹֽכִי)', 여기서 에베드(עֶ֥בֶד)’'노예', '하인'이라는 말로 자신을 지극히 낮추어 겸손히 표현합니다. 그는 얼마든지 '아브라함의 비서실장' 정도로 적당히 포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여도 충분한 자격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겸손히 낮추었습니다. 이는 그가 얼마나 아브라함을 존경하는지, 그리고 하나님을 얼마나 경외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늙은 청지기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믿음의 사람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아브라함의 청지기는 리브가를 이삭의 아내로 줄 것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 "이제 당신들이 인자함과 진실함으로 내 주인을 대접하려거든 내게 알게 해 주시고 그렇지 아니할지라도 내게 알게 해 주셔서 내가 우로든지 좌로든지 행하게 하소서(49)

여기에서 "그렇지 아니할지라도(and if not)"라는 말은 무척 단호하게 들립니다. 그만큼 아브라함의 청지기는 최선을 다했고, 또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No"라는 대답을 들을지라도 원망하거나 질질 끌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하나님께서 이 일을 이루어 가실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리브가의 가족들이 듣기에 얼마나 당혹스러웠겠습니까? 그러나 라반과 브두엘은 아브라함의 청지기의 말을 듣고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역사(work)임을 깨닫고 리브가를 이삭의 아내로 줄 것을 허락합니다(50-51). 라반과 브두엘의 답변을 원문에 맞게 해석하면, "우리는 악이든 선이든 당신에게 말할 수 없다"라는 뜻입니다. , 아브라함의 청지기가 리브가를 이삭의 아내로 달라고 했던 제안에 대해서 '좋다 또는 나쁘다'를 자신들은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그 청혼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대답을 합니다. 이는 라반과 브두엘에게 비록 깊은 신앙심은 없었지만 그들은 이 일이 하나님으로부터 말미암은 혼사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아브라함의 청지기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감사하며 하나님을 경배합니다(52). 그리고 은금 패물을 리브가와 가족들에게 나누어 줍니다(53)

 

본장에서 여러번 반복되는 단어는 '달려가서'입니다. 아브라함의 늙은 청지기가 처음 리브가를 보았을 때 직감적으로 하나님의 응답임을 알아차리고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청함을 받은 리브가는 '달려가서' 물을 긷고 약대를 먹였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달려가서' 가족들에게 알렸습니다. 이 말을 들은 라반은 '달려가서' 이브라함의 종을 만납니다. 이는 서둘러서 뛰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얼마나 정교하게 계획하시고 일을 진행하시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실 때 이처럼 일사천리로 이루어집니다.

 

진서(晉書), 양우전(羊祐傳)天下不如意恒十居七八(천하불여의항십거칠팔)“이란 말이 나옵니다. 이는 "천하의 일 중 칠팔은 내 맘대로 안 된다"라는 말입니다.

 

내가 꿈꾸고 세운 계획들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얼마나 있을까요? 아브라함의 청지기도 이러한 세상의 이치를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정말 믿음으로 도전하고 믿음으로 순종할 때 전광석화같이 이루어지는 일의 과정을 통해 아마도 몸서리칠 정도로 경외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계획이나 우리의 욕심이 아닌 하나님의 일이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것으로 그 약속에 따라 온전히 순종하는 아브라함과 그 청지기의 믿음을 기뻐하시고 하나님께서 직접 진행하셨습니다. 하나님이 하시면 거칠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 역사에 몸을 실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가 성령님의 바람에 몸을 실어 가는 갈 때 이러한 역사가 일어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연약하고 우둔하여 그 역사를 잘 깨닫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믿음과 순종이 필요하고 또한 기다림이 필요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역사에서는 심는대로 거둡니다. 믿음과 기도와 순종을 심을 때 하나님께서는 30, 60, 100배의 결실을 맺어 주십니다. 우리 주님께서 우리에게 이러한 믿음을 선물로 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리브가를 데리고 가다(54-67)

54 이에 그들 곧 종과 동행자들이 먹고 마시고 유숙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그가 이르되 나를 보내어 내 주인에게로 돌아가게 하소서 55 리브가의 오라버니와 그의 어머니가 이르되 이 아이로 하여금 며칠 또는 열흘을 우리와 함께 머물게 하라 그 후에 그가 갈 것이니라 56 그 사람이 그들에게 이르되 나를 만류하지 마소서 여호와께서 내게 형통한 길을 주셨으니 나를 보내어 내 주인에게로 돌아가게 하소서 57 그들이 이르되 우리가 소녀를 불러 그에게 물으리라 하고 58 리브가를 불러 그에게 이르되 네가 이 사람과 함께 가려느냐 그가 대답하되 가겠나이다 59 그들이 그 누이 리브가와 그의 유모와 아브라함의 종과 그 동행자들을 보내며

60 리브가에게 축복하여 이르되 우리 누이여 너는 천만인의 어머니가 될지어다 네 씨로 그 원수의 성 문을 얻게 할지어다

마틴 드 보스, 엘리에셀을 따라가겠다고 동의하는 리브가 <Maarten De Vos, Rebecca Agreeing To Follow Eliezer, C.1562>
마틴 드 보스, 가족들에게 작별인사 하는 리브가 <Marten (Martin) de Vos (1532-1603), Flemish Belgian Belgium, 1563, Farewell Rebekah her family>

결혼에 대한 모든 합의가 이루어지고 아브라함의 청지기는 리브가 가족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54a).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바로 리브가를 데리고 가나안으로 즉시 돌아갈 뜻을 밝힙니다(54b). 리브가의 가족들은 당혹스러워 열흘 동안 더 머물 것을 요구합니다(55). 그러나 청지기는 자신을 속히 보내줄 것을 요청합니다(56).

 

브엘세바(또는 헤브론)에서 800km 이상의 머나먼 길을 떠나 무사히 여행 목적을 이루었다면 이제 며칠을 푹 쉬면서 휴식을 취해도 괜찮았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청지기만 온 것이 아니라 약대 10마리와 그에 따른 많은 가솔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리브가 역시 어젯밤에 이삭의 아내가 되기로 결정되었으니 이제 다시 돌아올 기약이 없는 먼 길을 떠나기 전에 가족들과 이별할 시간도 필요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청지기는 자신의 기별을 손꼽아 기다릴 주인 아브라함과 이삭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또한 자신이 맡은 임무가 이삭과 리브가의 결혼까지 이루게 하는 것이었으므로 서둘러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귀향을 재촉했을 것입니다. 정말 아브라함의 청지기의 충성심과 신실함은 우리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리브가의 가족들은 리브가의 의견을 물어보기로 하고 리브가에게 아브라함의 청지기와 동행할 것인지를 묻습니다(57-58a). 이때 리브가는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쿨하게 가겠다고 결정합니다(58b). 이에 리브가의 가족들도 쿨하게 리브가를 축복하며 전송합니다(59-60).

  • "리브가에게 축복하여 이르되 우리 누이여 너는 천만인의 어머니가 될지어다 네 씨로 그 원수의 성문을 얻게 할지어다(60)"

이삭과 리브가의 결혼(61-67)

61 리브가가 일어나 여자 종들과 함께 낙타를 타고 그 사람을 따라가니 그 종이 리브가를 데리고 가니라

62 그 때에 이삭이 브엘라해로이에서 왔으니 그가 네게브 지역에 거주하였음이라 63 이삭이 저물 때에 들에 나가 묵상하다가 눈을 들어 보매 낙타들이 오는지라 64 리브가가 눈을 들어 이삭을 바라보고 낙타에서 내려 65 종에게 말하되 들에서 배회하다가 우리에게로 마주 오는 자가 누구냐 종이 이르되 이는 내 주인이니이다 리브가가 너울을 가지고 자기의 얼굴을 가리더라 66 종이 그 행한 일을 다 이삭에게 아뢰매 67 이삭이 리브가를 인도하여 그의 어머니 사라의 장막으로 들이고 그를 맞이하여 아내로 삼고 사랑하였으니 이삭이 그의 어머니를 장례한 후에 위로를 얻었더라

하란에서 브엘세바까지 리브가의 여정

낙타에 실어갔던 모든 선물들은 다 주고 이제 필요한 양식 등 필수품만 실은 낙타 1마리 및 모두 10마리가 줄지어 가고 있습니다. 가장 선두 낙타에 리브가가 타고 있습니다. 따뜻한 석양에 미풍을 마주하며 가는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가볍고 따뜻하게 보입니다.

 

다만 리브가가 떠날 때 유모 드로라 및 여러 가속들을 데리고 떠났고, 여행 중에 필요한 생필품 들이 많이 있었을 텐데, 낙타에 실려진 짐들이 좀 부족해 보이고, 사람도 많이 보이지 않아 아쉬운 점으로 꼽힙니다.

아렌트 드 헬더, 이삭이 레베카를 만나다 <Arent de Gelder(1645&ndash;1727), Isaac meets Rebekah>
게르반트 반 덴 엑크하우트, 이삭과 리브가 <Gerbrand van den Eeckhout (1621-1674), Isaac and Rebecca, 1665>
English School, 카셀의 가족 그림 성경, 이삭과 리브가의 만남 <Isaac meeting Rebekah. Illustration for Cassell's Illustrated Family Bible Superior Edition (Cassell, Petter and Galpin, c 1880). Old Testament. Creator-English School (19th century)>
English School의 "이삭과 리브가의 만남", 19세기 <English School, 19th Century, The Meeting of Isaac and Rebekah (engraving)>
구스타브 도레, 이삭이 리브가를 만나다, 1877 <Bible illustrations: Isaac meets Rebekah, 1877 by Paul Gustave Dore>
지오반니 베네데토 카스티글리오네, 이삭과 리브가의 만남 <Giovanni Benedetto Castiglione, Isaac and Rebekah meeting, Baroque Style>
제임스 티소, 리브가 길에서 이삭을 만나다 <James Tissot (c. 1896&ndash;1902), Rebecca Meets Isaac by the Way>
위 그림 상세 부분 (리브가와 이삭의 만남)
안드레아 바카로, 이삭과 리브가의 만남 <Andrea Vaccaro, Meeting of Isaac and Rebecca>
주쎄페 몰테니, "리브가" <Giuseppe Molteni (1800-1867), Italian painter, Rebecca>

드디어 아브라함의 청지기와 리브가가 나흘의 성을 출발합니다(61). 그 먼 길을 왔다가 하룻밤만 묵고 다시 떠나려니 얼마나 피곤했을까요? 더구나 나이도 많은 노인인데도 말이지요. 또한 리브가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을 성큼 따라나섰는데, 광야를 가며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요? 그래도 그들은 믿음으로 그 많은 사연과 많은 생각들을 낳는 광야의 여정을 다시 시작합니다.

 

당시 이삭은 '브엘라해로이'에서 네게브 지역으로 가서 거주하고 있었습니다(62). 브엘라해로이는 '살아계시며 지켜보시는 자의 우물'이란 뜻입니다. 하갈이 사라의 학대로 인해 아브라함의 집에서 쫓겨나 메마른 남방에서 기갈로 고통하며 방황하던 중에 하나님의 도움으로 발견했던 샘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때 하갈은 하나님께서 살아계시며 또 자신의 어려움을 지켜보고 계시는 분이시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우물의 이름을 '브엘라해로이'라 붙였습니다. 나중에 이 샘의 이름이 지명이 되었는데(16:7,14), 그곳의 위치는 가데스와 베렛 사이 '술'이라는 길가였습니다. 당시 이삭은 남방 지역에 살면서 이곳 근처에서 양을 몰고 다니며 목축을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저녁이 되면서 이삭이 들에 나가 묵상을 하던 중에 리브가 일행을 발견하게 됩니다(63).

아마 이삭은 결혼 프로젝트 팀이 자신의 결혼문제로 하란으로 여행을 떠나고 결혼이 하나님의 선하신 뜻 가운데 무사히 이루어지기를 소원하는 마음으로 기도와 묵상을 하였을 것입니다. 이삭은 차분하게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이렇게 저녁마다 기도와 묵상으로 보낸 것 같습니다.

 

리브가가 밤중에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니는 것으로 보이는 이삭을 발견하고 청지기에게 누구인지 물어봅니다(64-65a). 히브리어 성경에는 '배회하다가'라는 단어는 없고(영어성경에도 이 단어는 보이지 않습니다) '밤중에 들판에 있는 사람'으로 나와 있습니다. 우리말 성경이 상황을 이해하도록 좀 과하게 해석한 것 같습니다. 아브라함의 청지기가 "이는 내 주인이니이다"라고 하자 리브가는 너울로 자신의 얼굴을 가립니다(65b). 참으로 정숙한 여인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의 청지기는 이 모든 사실을 이삭에게 얘기하고 리브가를 소개해 줍니다(66). 이삭은 이 모든 말을 듣고 즉시 리브가를 사라의 장막으로 인도하여 아내를 삼습니다(67a). 그리고 모친 사후 리브가로 인해 위로를 얻습니다(67b).

 

이삭도 아버지 아브라함만큼이나 어머니를 잃은 후 그 충격과 후유증으로 3년여 기간 많은 마음고생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가 남방으로 이동할 때에 사라의 장막까지 같이 옮긴 것을 보면 얼마나 그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컸는지 알 수 있습니다. 3년이 지난 후 리브가를 통해서 이삭은 드디어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고 진정한 사랑을 나눌 아내를 얻고 위로를 받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 한 사람을 통해서 가정을 이어가시고,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고통도 고스란히 받으시고 또한 그에 따른 위로와 사랑도 같이 주심을 감동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은혜와 사랑이 지금 우리에게까지 이어져 내려옴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이 하나님의 사랑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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